유니클로 온다고? 서남신시장 상인들 '사색'

입력 2014-07-24 10:22:32

"독도 노리더니 시장까지" 분노의 플래카드 도배

서남신시장 상인들이 일본계 의류업체 유니클로 입점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시장 인근에 내걸고 반발하고 있다.
서남신시장 상인들이 일본계 의류업체 유니클로 입점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시장 인근에 내걸고 반발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서남신시장 인근에 대기업 의류매장 입점을 둘러싸고 상인들과 해당 기업이 갈등을 빚고 있다. 달서구청은 상생방안 마련을 입점 선결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달서구청과 서남신시장 상인회 측에 따르면 일본계 캐주얼 의류업체인 유니클로가 지난 4월 달서구 서남신시장 바로 맞은편에 부지 3천305㎡(약 1천 평)에 건평 958㎡(약 290평) 규모로 의류매장 입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서남신시장 상인들은 시장 내에 20여 개 의류업체가 도산위기에 처하고, 상권이 유니클로 매장 근처로 이동할 우려가 있다며 입점을 강하게 반대했다. 상인들은 시장 곳곳에 입점 반대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특히 유니클로가 일본계 기업이라는 점에서 '독도를 노리는 일본이 전통시장까지 노린다'는 감정적인 내용의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상인들과 유니클로가 간담회를 가졌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상인들은 "100억원 이상을 들여 시장을 완전히 새롭게 단장해 이제야 경쟁력을 찾아가는데 대기업 의류매장이 들어서면 시장상권이 큰 타격을 받는다"고 반발했다.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달서구청은 지난달 말 '상인들과 상생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며 유니클로 측에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건축허가 반려로 잦아들던 갈등이 최근 한 시민이 제기한 민원으로 또 다시 불거졌다. 한 시민이 서남신시장 내 상가들이 각종 불법 건축물로 도배돼 있다면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과 진정을 잇따라 달서구청에 제기했다. 달서구청은 민원사무처리 규정에 따라 상인들에게 자체 정비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서남신시장 상인들은 민원과 진정의 배후에 유니클로가 있다며 의심하고 있다.

김차섭 상인회장은 "대기업의 치졸한 횡포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전통시장 상인을 죽이려는 처사"라며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는 한이 있더라도 입점 허가를 내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시민이 와서 민원을 제기해 규정에 따라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유니클로 측은 불법 건축물 민원은 자신들과 관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반려한 만큼 따를 것이고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불법 건축물 민원과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1974년 일본에서 설립된 유니클로는 2004년 국내에 처음 들어왔고, 2013년 현재 전국 9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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