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심한 경찰, 무능한 검찰

입력 2014-07-23 11:13:45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하루 앞두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를 되돌아보면 허술하고 안일한 초동대처로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한 해경의 한심한 행태가 떠올라 불쾌하다. 그런데 비극적 사고 유발의 몸통으로 지목된 유병언 검거 작전과 시신 발견에 따른 검찰과 경찰의 대응 모습을 보면 더 가관이다. 도대체 뭐 하는 집단인지, 국민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 실소를 금치 못한다.

유병언 검거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질타와 여론의 비판 그리고 온 국민의 관심 속에 대대적인 작전이 진행되고 수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작 유 씨가 은신했던 별장 인근에서 의문의 주검이 발견되었고 주변에 결정적인 단서들이 흩어져 있었는데도 무시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건 수사기법을 떠나 상식이다. 백발과 스쿠알렌 통을 보면 어린아이라도 한 번쯤은 유 씨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을 것이다. '얼간이 경찰'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경찰의 부검 영장신청 서류에 세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류품이 첨부되었을 텐데 예사로 지나쳤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경찰이건 검찰이건 어느 한 쪽이라도 기본과 상식을 갖고 신원을 확인했더라면 시신을 코앞에서 발견해놓고 40일간이나 방치하며, 없는 그림자를 쫓아 국가 행정력을 두 달씩 낭비하는 촌극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유 씨의 시신이 순천에서 발견되면서 검찰은 더 바보가 되었다. 이미 사망한 유 씨를 체포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중간수사 결과까지 발표하는 해프닝을 벌였으니 이 무슨 망신인가. 그러니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에도, 여론은 유 씨의 주검에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자꾸만 타살설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유 씨의 사망으로 사건의 책임 규명과 부당한 재산 환수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이다. 검'경은 땅에 떨어진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수사에 진력해야 한다. 유 씨 도피의 핵심 조력자로 꼽히는 운전기사 양회정, 구원파 신도 김 엄마, 그리고 신 엄마의 딸 박수경, 유병언의 장남 검거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타락한 일가와 사악한 집단조차 단죄하지 못한다면 검찰과 경찰의 존재 이유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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