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도 유학오는 '산촌 8학군'…명문대 진학률 도시 못잖아
문화'관광'체육도시인 문경은 알아주는 교육도시이기도 하다. 시골학교의 작은 기적은 국내 교육계에 이름을 알린 지 오래다. 문경은 유아교육은 물론 해외유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국제 수준의 학교, 국내 우수대학 진학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명문 고교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경북의 다른 도시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문경 학교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문경 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시민들의 열정이 합쳐져 문경 교육의 미래를 더욱 밝혀주고 있다.
◆시골 작은 학교의 기적
문경지역 고교들의 최근 3년간 대학 진학률은 무려 91%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 대학 진학률의 경우 전체 1천351명 중 30.2%인 469명에 달했다. 이 기간에 12명이 서울대, 44명이 사립 명문인 고려대와 연세대에 진학했다.
기적의 대표 주자는 점촌고와 문경여고다. 점촌고는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3학년도 수능성적 분석에서 수능 1, 2등급 학생 비율이 32.6%로 전국 일반고 가운데 19위, 경북에서는 2위에 그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학생 3명 중 1명이 수능 1, 2등급이다.
전교생 540명(학년별 180명)의 남녀 공학 자율형 공립고인 점촌고는 신입생의 3분의 1 이상이 '유학생'들이다. 유학생들과 지역 학생들 간의 선의의 경쟁이 이뤄진다.
이런 경쟁을 통해 전국 상위권 점촌고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와 교사, 학부모들은 '인재양성소'가 된 점촌고의 숨은 비결을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교사의 무한 봉사, 학부모들의 무한 신뢰, 그리고 '3무(無)'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점촌고의 3무는 '휴대폰, 폭력, 흡연'이 없다는 뜻이다. 점촌고는 다른 학교처럼 등교한 뒤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예 구입이나 등록을 못 하게 한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흐트리고 시간을 뺏는 휴대폰이 면학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점촌고는 매년 학생들의 성취동기 부여를 위해 새해부터 신입생 전원을 기숙사에 입학시키는 신입생 적응캠프를 운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신입생들은 분명한 목표를 갖게 되고, 과목별 공부법과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며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점촌고에는 특정 학생에 대한 특별 대우와 사교육도 존재하지 않는다. 1, 2학년은 밤 10시까지, 3학년은 자정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진행한다. 스스로 공부하다 보면 질문이 생기기 마련. 매일 교사들도 함께 나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점촌고에는 돌아오는 교사들도 적잖다. 학교와 제자들에 대한 열정의 방증이다.
학교 공부뿐 아니라 동아리 활동도 학생들 주도하에 이뤄진다. 2010년 이후 매년 10차례의 명사 초청 특강 및 수준 높은 문화 공연 등을 열어 학생들의 비전 심기에도 열정적이다. 곽호열 교장은 "학교'교사'학생'학부모의 일심동체가 오늘의 명문 점촌고를 만들었다"고 했다.
◆과학 최강 문경여고
전교생 621명의 문경여고는 경북 북부지역 여고 중 유일한 과학중점고다. 융합형 인재교육의 산실로 이름을 알리며 여학생들이 기피하는 이공계 진학률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주최 과학중점학교 운영 성과 평가에서 우수교로 선정됐고, 미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주요 학생 연구논문 발표대회에서 우수 논문에 40개 팀이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과학 최강 문경여고'의 명성은 과학과 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키우고 감수성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융합형 인재교육 프로그램(STEAM) 덕분이다. 생물'물리'화학 등에서 대학과 연계한 다양한 R&E(Research & Education) 프로그램과 수학원리연구반, 생명과학탐구, 생물실험동아리 등을 통해 탐구능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여주고 있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선진형 교과교실제와 스스로 꿈을 그리는 맞춤형 진로진학 프로그램도 자랑거리다. 특히 맞춤형 진로진학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바로 '비전 노트'다. 비전 코치의 도움을 받아 개인별 맞춤형 비전을 설계한다. 활동의 모든 내용이 기록된 비전 노트는 학급 담임교사의 진학상담 기초자료로 활용되며 특히 졸업생의 비전 노트는 후배들에게 대물림돼 선후배가 서로의 꿈을 이으면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창옥 교장은 "비전 노트의 결과, 2014년 수시입학 전형에서 상주'문경 지역에서 유일하게 서울대 합격생 2명을 배출했으며, 서울 명문대와 의예과, 국립대 등에 68명을 합격시켰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재양성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어전용실과 영어전용도서 등을 마련하고 영어원서 독서 골든벨, 영어 스피치 대회 등 다양한 경시대회를 열고 있다. 또 매년 원어민교사를 초청해 '다도 캠프'를 진행하는 한편 지역 다문화센터와 연계한 다문화 체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 심기에도 정성을 다하고 있다.
◆조기 유학 "왜 가요?"
미국사립학교 기준의 문경 글로벌선진학교는 해외 조기 유학이 왜 필요없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해외 조기 유학 중에 여러 사정으로 국내로 귀국한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2011년 개교해 현재 중학생 172명, 고교생 284명, 교사 45명(외국인 교사 15명)인 글로벌선진학교는 영어로 수업하고 제2외국어를 강조하는 학교이다.
그렇다고 국제학교처럼 영어로만 가르치는 학교는 아니다. 국어'국사'제2외국어'일부 예체능 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을 영어로 발행된 선진국 교과서를 교재로 사용한다. 원어민 교사, 이중언어 교사들이 수업을 맡는다. 또한 영어 외에 중국어'스페인어'일본어'독일어 등 제2외국어를 최소한 4년 동안 비즈니스 언어로 가르친다.
특히 국어와 국사는 국내 고교생 수준만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가르친다. 김혜련 교감은 "자칫 영어 일변도 교육 때문에 놓치기 쉬운 정체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선진학교에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리는 다른 이유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을 지양하는 대신 토론식 수업과 연구과제 수행중심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기초를 위해 학년별 필독도서를 제시하는 전교생 의무독서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학교는 스포츠 인재 양성에도 열성이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은 물론 내년에는 야구장과 실내체육관도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첫 고교 졸업생 45명이 배출됐다. 35명이 미국과 유럽 등 명문대로 진학했고 10명이 국내 대학에 입학했다.
글로벌선진학교는 이제 문경에 폐교를 살리고 시골학교에 '전학 붐'이라는 겹경사도 안겨주고 있다. 3년 전 전교생 28명으로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영순초등학교의 경우 지금 전교생이 배 이상 늘었다. 수도권 등 전국 각지의 초등생들이 새 얼굴로 자리하고 있다.
◆유아교육의 요람 '키즈드림센터'
문경시가 35억원을 투자한 '키즈드림센터'가 내년에 문을 연다. 홍덕동에 부지 면적 1천904㎡, 지상 2층 규모에 육아정보나눔터, 장난감 대여점, 일시보육실, 다목적용 강당, 옥외 휴게 공간 등을 갖추었다. 하드웨어인 교육시설뿐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이 놀고 즐기며 배울 수 있도록 꾸민 육아종합복지센터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을 위해 다양한 육아교육과 정보를 제공하고, 영유아와 부모를 위한 시설도 갖춰 출산에서 양육까지 책임지는 센터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키즈드림센터가 내년에 문을 열면 문경은 명실상부한 요람에서 대학까지의 교육을 책임지는 명품 교육도시로 더욱 우뚝 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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