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유형이 다양화, 고교 입학 전형 과정도 복잡해진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가 결정해야 할 요소는 한둘이 아니다. 진로와 적성, 지원 희망 대학과 전공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 여부 등을 따져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 일반고 중 선택해야 한다. 추첨 배정이 원칙인 일반고 경우도 지원하는 곳에 진학할 여지가 있어 결정을 내리기 더욱 까다롭다. 학생, 학부모의 선택을 돕기 위해 대구 고교 입학전형 과정과 유형별로 눈에 띄는 고교를 살펴봤다.
◆대구 고교 입학전형은?
처음 고교 입학 과정을 접하는 학부모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다양한 유형의 고교가 있는 데다 입학전형 과정도 여러 가지여서다. 자신들의 학창 시절처럼 인문계고와 전문계고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던 시대가 아니다.
일단 대구 고교 입학전형은 원서 접수 시기에 따라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특수목적고(마이스터고 포함),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특성화고(옛 전문계고)가 전기 고교이고, 일반고(자율형 공립고 포함)가 후기 고교다. 전기 고교에 합격하면 후기 고교에 지원할 수 없다.
마이스터고는 유망 산업과 연계, 맞춤형 직업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 중학교 내신성적이 중위권 이상인 지원자가 몰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의 마이스터고는 2개교인데 경북기계공고에 이어 동부공고가 내년 3월 자동차 산업 분야 마이스터고로 전환한다.
특수목적고인 대구일과학고, 대구외국어고와 경신고, 경일여고, 계성고, 대건고 등 자사고 4곳 등은 신입생을 선발할 때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한다. 내신 성적에다 학생부,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등 서류 평가와 면접 과정을 더한 전형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내신 성적이 30% 내외이면 지원해볼 만하다고 예상한다.
일반고와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는 후기 고교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밝힌 대학 신입생의 출신고 유형별 현황을 보면 자율고라는 범주에 자사고와 자공고를 한데 묶어놨다. 하지만 자공고는 일반고로 분류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은 "자공고는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학교 위주로 지정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사고보다 일반고에 가깝다"고 했다.
평준화 지역인 대구 일반고 배정은 추첨 배정이 원칙이다. 하지만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1단계에서 학군에 관계없이 학교별 모집 정원의 40%, 2단계에서 1단계 미배정자를 대상으로 거주지 학군 내에서 20%를 추첨 배정하는데 각 단계 추첨에 앞서 2개교씩 진학 희망 고교를 적는다. 3단계는 통학 거리를 기준으로 추첨 배정한다.
원하는 일반고에 갈 방법은 더 있다. 1단계 지원에 앞서 학군에 구애받지 않고 선지원 일반고와 중점과정 운영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포산고 등 5곳이 선지원 일반고. 중점과정 운영 학교는 특정 과목에 대한 심화 교육을 실시하는 일반고다. 경상고 등 5개교가 과학, 경상여고와 시지고가 수학, 신명고가 음악, 수성고와 매천고가 미술 중점과정을 운영한다.
◆선지원 일반고
대구 선지원 일반고는 다사고, 달서고, 대구중앙고, 포산고, 현풍고 등 5곳이다. 이들이 선지원 일반고로 지정된 것은 다른 고교에 비해 신입생 모집이 쉽지 않다는 점을 배려한 조치다. 대구중앙고는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고, 다른 4곳은 달성군 지역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지원 일반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포산고. 대구에서 유일한 기숙형 자공고이기도 하다. 지난해 입학생(달성군 제외)의 내신 성적으로 본 합격선이 1.49%일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포산고의 특징은 협력 학습을 강조하는 정규 수업 외에 학생들의 수준과 특성에 맞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포산 인재 양성(PES) 프로그램'은 수능시험 대비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전공 관련 수업, 심화과목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지적 욕구와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으로 국제정치, 사회과학방법론, 문장론, 임상심리, 응용수학 등 수업이 운영된다. 디지스트(DGIST)와 연계한 과제연구(R&E) 프로그램은 또 다른 자랑거리다. 수능시험에 대비한 수준별 방과후 강좌도 진행한다.
달서고와 대구중앙고는 변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 달서고는 '선생님이 변해야 학생이 변한다'는 교육 철학 아래 교실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청,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수업 방식에 변화를 주는 데 적극적이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교과 수업 위주로 운영하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끼를 살려주기 위해 레크리에이션, 골프, 댄스, 농구, 실용음악, 뮤지컬, 네일아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비교과 과목을 개설했다.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때는 일본과 미국의 자매학교와 교류 행사도 갖고 있다.
대구중앙고는 인문학 교육을 강조하는 고교다. 5년째를 맞는 '인문 고전 문학 기행'은 독서와 체험학습을 융합한 것으로 매년 두 차례 이상 진행된다. 지난해는 외국으로도 눈을 돌려 열하일기의 자취를 찾아보는 '연암 박지원 중국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올해 10월에는 저항시인 윤동주, 일본 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시바 료타로의 흔적을 좇아 일본 오사카, 교토, 고베로 문학기행을 떠날 계획이다. 35개 진로 탐색형 동아리의 활동이 활발하고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수업을 별도로 진행한다.
◆자공고
대구 자공고는 모두 13개교다. 포산고 외에 강동고, 경북여고, 구암고, 달성고, 대구고, 대진고, 상인고, 서부고, 수성고, 칠성고, 학남고, 호산고 등이 그곳이다. 이 가운데 여고는 경북여고뿐이며 달성고, 대구고, 칠성고는 남학생만 다닌다. 나머지 고교는 남녀공학이다. 특히 대구고와 경북여고는 포산고와 더불어 대구 교육계에서 자공고의 대표 주자로 꼽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대구고의 교육 목표는 '같이 배우고 함께 자라는 배움의 공동체'. 대구고는 수업 중심의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주입식,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어느 시점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상위권 학생과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을 위해 고교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성격'진로적성검사, 독서교육, 토론과 논술 교육, 학술 동아리 운영, 학생부 컨설팅 등 대학입시 관련 서비스를 단계별로 제공한다. 해외 대학 자매학교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미국 루이지애나대학에서 3주간 연수를 받을 기회를 줄 뿐 아니라 이 대학의 최저학력기준을 넘어서고 대구고 교장의 추천을 받으면 루이지애나대학 신입생이 될 수도 있다.
경북여고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 중에서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것이 적지 않다. 학생들에게 협동과 배려,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등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다.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커리어 로드맵'(Career Roadmap)은 서울 지역 대학과 기업을 탐방하는 진로 체험활동인데 진로가 비슷한 학생들끼리 조를 이뤄 탐방 계획을 세우고 섭외, 일정 조정까지 스스로 한다.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 학습 모임을 만들면 학교 측이 공모를 거쳐 휴일에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두레학습 동아리 프로그램이다. 전통시장 탐방, 한옥마을 투어, 박물관 관람, 목장 체험 등 다양하게 이뤄지는 '학급별 테마형 현장 체험학습'은 학급 구성원들이 직접 기획,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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