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의료분쟁

입력 2014-07-22 07:41:54

단 한 개의 어금니였다. 반년 간이나 김모(52) 씨를 고통에 빠뜨린 건. 지난해 12월 31일, 김 씨는 오른쪽 윗어금니가 아파 대구 수성구의 한 치과를 찾았다. 그리고 6개월 후 김 씨는 어금니 두 개를 뽑았고, 잇몸에 난 천공(구멍)을 메우는 수술까지 받았다. 일기를 빼놓지 않고 쓰는 그는 6개월 이상 병원에 다니며 진료 과정과 본인의 느낌을 고스란히 적은 일기를 보내왔다.

'2013년 12월 31일. 오른쪽 윗어금니가 아파 병원 방문. 이를 뽑았다.' '2014년 1월 7일. 예방적 치료라며 간호사가 갈고리를 다른 어금니 뿌리 깊숙이 넣었다 빼며 헤집었다. 고통을 참으며 의사를 기다리는데 "오늘은 의료진 회의가 있어 진료를 마친다"고 한다. 멍하다.' '2014년 1월 23일. 치료한 어금니가 계속 아프다. 의사는 이유나 근거에 대한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이를 뽑자고 한다. 발치 대신 뼈 이식을 했다. 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2014년 2월 1일. 이가 쑤시고 아파 식사는커녕 잠도 잘 수 없다.' '2014년 2월 3일. 아팠던 과정을 얘기했지만, 의사는 별 반응이 없다. 입에서 피가 쏟아졌지만,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2014년 3월 26일. 입안이 썩는 듯한 역한 냄새가 난다. 의사는 "빨리 낫도록 노력하세요"란다.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스스로 빨리 나으라는 게 처방?' '2014년 4월 8일 누런 고름 덩어리가 코에서 뚝뚝 떨어졌다. 의사는 "천공이 됐다"고 한다. 다시 발치를 권한다. 환자에게 이토록 무성의할 수 있는지 정말 화가 난다. 발치 당함.' '2014년 4월 12일. 억울해서 잠을 설쳤다. 의사는 "뭐가 그리 속상하냐"고 한다. "당신에겐 가치없는 발치겠지만 내겐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어금니"라고 답했다.' '2014년 5월 9일. 치료를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진정 의사로서 의무를 다했냐고 물었다.'

지난달 3일 김 씨는 대학병원에서 천공을 메우는 수술을 받았다. 김 씨와 병원 측은 피해 보상을 두고 협의 중이다. 하지만, 김 씨가 받을 보상금이 그동안 겪은 심신의 고통을 치유해줄 수 있을까.

김 씨와 같은 의료분쟁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의료사고를 겪었을 때 방법은 대략 서너 가지다. 우선 해당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시내 한 보건소 관계자는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치료나 처치 과정이 제대로 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서울에 있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신청을 하는 방법도 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구제신청을 하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양측의 합의를 유도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및 중재신청을 해도 된다. 효과는 '글쎄요'다. 2012년 대구경북에서는 526건의 조정 상담이 접수됐지만, 의료분쟁 조정신청으로 이어진 건 대구 16건, 경북 21건에 불과했다. 해당 의료기관이 조정'중재에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자가 의료진의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당사자 간 합의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진료 기록 등 입증 자료를 먼저 확보하고 해당 병원이나 의사에게 설명을 요구해 당사자 간에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부인인 김 씨의 고통을 지켜본 남편은 말했다. "물론 진료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일찍 알려주고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권유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진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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