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세종청사 첫 방문에서 '낮은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권 시장은 14, 15일 연이틀 세종시 기획재정부를 찾아 허리를 굽혔다. "낮은 포복 자세로 임하라"며 청사 도착 전부터 함께한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여관방과 3천원짜리 식사를 마다치 않고 자존심까지 내려놓으며 대구의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권 시장은 내년도 정부예산안 1차 심의(6월 18일~7월 14일)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맞춰 기획재정부를 찾아 이 방 저 방 다니며 대구시의 주요 사업을 꼼꼼히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권 시장이 이처럼 국비 확보를 위해 직접 나서 뛰는 이유는 정부의 내년 SOC 사업 예산 축소와 신규 사업 억제 방침 때문으로 국비 확보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대의원 자격으로 서울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권 시장은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기도 전인 4시쯤 세종시로 출발했다. 재정부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KTX를 타고 이동하지만 이날은 승용차를 택했다. 10분이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다.
고속도로를 내달려 재정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직원 대부분 퇴근해 청사에 들어가 봐야 헛수고니 바로 만찬장으로 이동하자'며 함께 간 직원들이 권유했지만 권 시장은 무작정 재정부로 들어갔다. 다행히 예산 심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퇴근 시간 후에도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산총괄과 사무실에 들어선 권 시장은 젊은 주무관을 만나자마자 대뜸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대구시장 권영진입니다. 저도 공무원 생활을 해 봤으나 (재정부 직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며 격려했다. 그러면서 "세종시도 지방이지요? 대구도 지방입니다. 혹시 대구 관련된 일이 있으면 잘 부탁합니다"며 허리를 깊숙이 굽혔다. 사무실은 물론 복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재정부 직원을 만날 때마다 인사하고 지원을 호소했다.
재정부 실'국 10여 곳을 돌아본 뒤 미리 약속한 재정부 간부들과의 만찬을 위해 식당으로 향하면서 권 시장은 "방문하지 못한 다른 실'국도 돌아봐야 하니 오늘은 세종시에서 자야겠다"고 했다. 직원들은 30분 거리의 대전 유성의 호텔을 추천했지만, 권 시장은 재정부와 10분 거리에 있는 대평리의 여관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권 시장은 "시간 손실도 그렇지만 10원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온 사람이 무슨 호텔이냐"며 "선거 때를 생각하면 1분이 10년 같고 여관방 방바닥도 궁전 같다"고 했다.
만찬장에 도착한 권 시장은 '1만원대를 넘지 않으면서 푸짐한 음식을 추천해 달라'며 식당 주인에게 직접 메뉴를 주문했다. 막걸리를 한 잔 따른 권 시장은 "대구는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며 "(재정부 직원) 여러분이 우리를 도와줄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그에 따라 수백만 국민의 앞날이 결정될 수도 있다"며 호소했다.
15일 새벽 여관을 나선 권 시장은 인근 전통시장에서 3천원짜리 청국장을 먹은 뒤 재정부를 다시 찾았다. 미처 인사하지 못한 사무실을 들러 다 인사하고 나서야 대구로 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내년도 시정 주요 핵심 현안 사업이 정부 예산에 반영될 때까지 중앙부처를 직접 방문, 사업의 필요성과 지역 여건 등을 호소할 작정"이라며 "재정부 문제 사업 심의 과정, 국회 예결위 심사 과정 등 예산안이 확정될 때까지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국비 확보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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