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코끼리 쉽게 옮기기

입력 2014-07-12 07:14:19

코끼리 쉽게 옮기기/ 김영순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연금 전문가로 알려진 독일 브레멘대학교의 칼 힌리히스 교수는 연금을 코끼리에 비유했다. 둘 다 덩치가 크고, 회색이며, 사람들한테 아주 인기가 있고, 비둔해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을 둘러싼 세계의 진통은 꼼짝 않으려는 코끼리 옮겨 놓기를 연상시킨다.

'코끼리 쉽게 옮기기'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연금개혁 문제를 제기한다. 연금제도가 선진 복지국가들에서 처음 정착했을 때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지금보다 훨씬 짧았고, 일자리와 가족제도는 훨씬 안정적이었다. 이제 모든 것이 변했다. 현 제도들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한편으론 공적 지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대되고, 노후 빈곤이 만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영국의 사례를 살핀다. 영국은 이렇게 다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제로 성사되기는 어려운 연금 개혁을 1980년대 이후 끊임없이 계속해 온 나라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선진 산업국 중 가장 먼저 급진적 연금 삭감을 단행한 나라 중 하나이자, G7 중 유일하게 공적연금의 민영화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은 2008년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대신 국민연금 급여율을 삭감하는 개혁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연금제도를 다층화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개혁은 재정적 지속 가능성 문제도, 국민 대다수의 노후 보장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른 개혁 논의를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결국 기초연금의 인색한 설계는 당장 연금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풍선 효과처럼 다른 부작용을 불러 다시 공공지출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복잡한 연금 설계보다는 증세를 통한 비용 조달이 답일 것"이라고 밝혔다. 220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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