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북유럽 디자인 상품…웬만해선 막을 수 없는 '쇼핑 충동'
핀란드라고 하면 우선 '북유럽 디자인'이 떠오른다. 이탈라, 마리메코 등 핀란드 디자인 상표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잘 알려진 까닭이다. 그렇다 보니 수도 헬싱키 관광에서 눈여겨볼 것은 역시 디자인이다. 헬싱키가 선보이는 디자인 매장과 제품들은 북유럽의 많은 볼거리 중 가장 매력적이다.
그중 심장부는 에스플라나디 거리다. 항구의 선착장 부근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이 거리에 디자인 명소들이 몰려 있다. 이곳엔 수풀이 우거져 있고 그 속에 카페와 라이브 무대, 아름다운 벤치가 어우러져 마치 도심 속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덕분에 이 거리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항상 활기가 넘친다. 좌우에 늘어서 있는 품위 있는 건축물들은 국내외 브랜드 매장과 기념품 가게, 관광정보센터 등이다. 북유럽 최대 백화점인 스톡만을 비롯해 대담한 무늬와 화려한 색상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마리메코, 자작나무 액세서리 매장인 아리카 그리고 알바 알토의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하는 아르텍 등이 인기 있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그릇에서도 잘 드러난다. 핀란드 아라비아는 한국에서도 꽤 인기 있는 생활 도자기 브랜드다. 1873년에 세워진 아라비아 팩토리에는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가동되는 거대한 가마가 있고 디자이너들도 이곳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일반인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은 1층 매장과 카페, 그리고 역대 제품이 전시된 박물관이다. 사전 예약을 하면 가이드 투어를 할 수 있으며 그릇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아울렛에서는 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유리 식기로 유명한 이탈라, 정원용 도구로 알려진 피스카스, 섬유 브랜드 핀라이슨 등 핀란드 대표 브랜드의 B급품이나 한정판 물건을 매우 싸게 살 수 있다. 중앙역에서 6번 트램을 타면 한 번에 도착한다.
그 밖에도 20세기 실용 디자인 작품을 전시해 놓은 디자인 박물관과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핀란드 국립미술관인 아테네움은 물론 알바 알토가 설계한 핀란디아 홀 또한 꼭 챙겨 보아야 할 디자인 명소들이다. 대부분 중앙역을 중심으로 몰려 있고 걸어서 충분히 구경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짐이 느는 것이 싫어 여행 중에는 웬만해서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런 마음이 무장해제되는 곳이 헬싱키다. 가방에 넣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릇과 장식 소품들을 홀린 것처럼 골라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묵직한 것들을 어찌 가져가나 고민하는 것쯤은 안중에도 없다. 고민하지 않고 사게 하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고, 핀란드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핀란드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마켓광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시내를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게 되는 이 광장은 스웨덴, 러시아행 배가 출입하는 항구 주변에 있다. 이른 아침부터 서서히 노천시장이 서기 시작해 10시가 넘으면 꽤 북적거린다. 이곳에선 싱싱한 해산물, 선물하기 좋은 수공예품, 현지인이 애용하는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물건이 판매된다. 부담 없이 즉석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도 함께 서니 여기서 머물며 푸른 하늘 아래 먹는 점심도 놓치지 말 것.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다. 영화 촬영으로 일약 유명해진 실제 식당 카빌라 수오미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카모메 식당'에선 단정하고 자연미 넘치는 북유럽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은 비록 실내 장식이나 메뉴가 영화와 다르게 바뀌었지만, 영화 속 분위기는 진하게 전해진다. 다행스럽게도 영화에 등장했던 커피와 시나몬 롤은 아직 메뉴에 있다. 꼭 이 식당이 아니더라도 헬싱키 거리로 나서면 영화 속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골목 모퉁이를 돌면 영화 속 여인들과 마주칠 것 같다든가, 그들이 카페 내 옆자리에 앉을 것 같아 내내 두근거리게 한다.
발걸음을 돌려 원로원 광장으로 가면 거대한 계단 위로 우뚝 솟은 헬싱키 대성당이 나타난다. 이 성당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헬싱키를 내려다보는 상징적인 존재로 보통 헬싱키 관광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성당의 새하얀 벽면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도드라져 보이고 내부는 특별한 장식 없이 소박하다. 자연 친화적이면서 실용적인 핀란드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성당으로 오르는 거대한 계단은 시민들이 휴식처로 자주 찾는 장소로, 특히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 계단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기 좋다.
암석 교회로 더 잘 알려진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특색 없는 바위, 돔 지붕만 봐서는 정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바위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둥근 공간으로 천장 유리를 뚫고 빛이 쏟아지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음향도 훌륭하다. 건축 초기부터 음향 전문가가 참여해 수준 높은 음향시설을 갖춘 덕분에 저녁 공연이 자주 열린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와 더불어 헬싱키의 또 다른 명물이 된 캄피 예배당은 2012년에 개관한 목조 교회다. 헬싱키에서 가장 왕래가 잦고 번화한 캄피 광장 한쪽에 있다. 교회 안에 들어서면 주변의 소음과 번잡함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무음, 무향의 공간에 놓이게 된다. 분주한 도심에서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때면 언제든지 고요함을 누릴 수 있는 장소다.
서쪽 해안을 향해 펼쳐진 시벨리우스 공원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2개의 대형 금속 기념물이 있다. 하나는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얼굴 조각, 다른 하나는 숲 속 나무를 연상시키는 금속 파이프 조형물이다. 핀란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곡을 많이 만든 시벨리우스를 떠올리며 지나는 길에 들를 만하다.
헬싱키의 상점과 박물관은 일요일에 대부분 문을 닫는다. 공항이나 관광정보센터에서 헬싱키 카드를 사면 공항버스 30% 할인, 박물관 무료입장, 무료 시티투어와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헬싱키에선 여름일지라도 해가 나지 않을 때는 꽤 쌀쌀하니 이에 대비해 따뜻한 옷도 잊지 말고 챙겨야 한다.
글 사진 정영희 전 '대구문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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