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꾼 '우등생 꿈'…문제 빼돌린 고3 퇴학 처분

입력 2014-07-11 10:33:54

교무실서 스마트 폰 촬영, 영수국 등 5과목 만점 중간고사 때도 같은 수법

대학 입시와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학교 시험 문제를 빼돌리는 데까지 이어졌고, 그 같은 일을 저지른 두 고교생은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다.

최근 대구 북구의 한 고교에서 기말고사 문제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 3학년인 두 남학생은 여느 또래처럼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대학 입시는 다가오는데 중위권인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아 부담을 느꼈던 것이다. 친구 사이인 둘은 속내를 털어놓다 학교 시험 문제를 빼돌리기에 이르렀다.

두 학생은 지난달 중순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오후 11시 무렵 창문을 통해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무작위로 교사들의 책상을 뒤졌다. 이들은 교사들이 책상 주변에 감춰둔 열쇠 5개를 찾았고, 5곳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서랍 속에는 기말고사 문제지 초안이 들어 있었다. 문제지를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기 전 교사들이 과목별로 문제지를 나눠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각자 책상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학생은 찾아낸 문제지 초안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았던 이들의 행각은 기말고사 성적이 공개된 후 들통났다. 평소 중위권 성적이었던 두 학생이 영어, 수학 등 주요 5과목에서 만점을 받자 학생들 사이에서 이상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 학부모가 학교 측에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 측은 두 학생을 수차례 면담한 결과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두 학생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은 안 오르고 대학 입시는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 저지른 일"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학교 측은 또 두 학생이 중간고사 때도 비슷한 수법으로 시험 문제지를 촬영, 3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 7일 학교 측은 학생선도위원회를 열고 두 학생을 퇴학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두 학생이 뉘우치고 있는데다 학교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는 점에서 구제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잘못이 너무 큰 탓에 어쩔 수 없이 퇴학 결정을 내렸다"며 "한순간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인생을 망칠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이 사안에 대해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시험 문제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조사를 거친 뒤 학교법인에 징계 조치를 하라고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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