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야한 남자

입력 2014-07-11 07:36:38

여름 밤이 지루하다. 남편은 불면에 괴롭다. 남편의 속에 든 붉은 감정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발에 가시가 밟힌 듯 날카로운 짜증이 가득하다. 옆의 아내는 퍼져 있고 보기만 해도 덥다. 휴대폰을 이리저리 뒤적거려 봐도 뭐 그리 재미나는 것은 없다. 담배를 물어봐도 그다지 상큼해지지는 않는다.

무기력한 여름, 권태롭고 싶지 않은 남편들은 반드시 다음을 실천해 보시라.

첫째, 야릇한 영화를 반드시 아내와 둘이서 본다.

둘째, 아내의 눈에 입맞춤을 한다.

셋째, 범상치 아니한 속옷을 아내와 사이좋게 나누어 입는다.

넷째, 하체 강화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다섯째, 주변인에게 아이들을 1박 2일 맡긴다.

잠자리 때마다 실패한다며 아내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에 들어온 한 남성은 죄를 지은 양 고개를 들지 못한다. 꼬여진 다리는 15도 살짝 돌아가 있고 두 손은 포개진 채 색시처럼 놓여 있다. 눈은 힐끔힐끔 상담사를 위아래로, 전쟁 준비를 다 마친 남편의 입은 매우 무겁다. 남편의 눈은 아내와 상담실에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다고 적극 호소한다. 눈치 없는 아내의 엉덩이는 무겁고 눈치 없는 아내의 입은 촉새처럼 빠르다.

남편의 의자는 오른쪽으로 5도, 왼쪽으로 5도 돌아갔다가 오더니 멈춘다. 포개어진 오른쪽 검지가 톡톡톡 무릎을 두들기다가 깍지를 끼고 책상 위로 올라간다. 할 말이 있다는 뜻이다. 그 이상은 묻지 마라며 경계하기도 한다. 남편은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아내가 참으로 좋았었다. 아내를 먹여 살리고 자기에게 무조건적인 아내와 살면서 남편은 자기도 모르게 남성 동물 본능을 충족하며 살았었다. 그때는 만족스러운 밤들이 많았다.

남편의 아이들은 머리가 굵어졌고 남편의 아내는 잔소리가 많아졌다. 세상에 굴복하는 자기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러고 보니 불만족스러운 밤의 날수와도 얼추 비슷하다.

낮에는 돈벌이에, 밤에는 인간 관리에 산만하게 흩어진 에너지를 남편은 당분간 남성 동물 본능에 쏟아붓기로 결심했다. 범상치 아니한 속옷을 나누어 입고 더운 아내를 자동차에 태우고 떠났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남편은 야한 남자를 되찾았다. 더운 아내가 냉장고처럼 시원하다며 세상이 터져라 웃었다.

남편들이여, 당신 안에 숨은 야한 남자를 오늘 밤 꼭 찾으시라.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축하합니다.

조옥형 연세심리상담클리닉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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