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정을 돕는 상담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는 대부분 계부모와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의 관계에 얽힌 갈등이 많다. 계부모는 지금의 배우자를 보고 재혼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뒤에 감당해야 할 아이들과의 관계까지는 미처 예상치 못하고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막상 아이들과 갈등문제에 부딪히면 억울해하고 재혼마저 후회하는 예를 흔하게 본다. 아이들 역시, 부모 한쪽이 탐탁지 않은 재혼을 했기에 분리된 한쪽 부모를 그리워하고 죄의식에 시달리기도 하여 계부모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들 아이들은 낯설고 어색한 계부모에게 저항감을 가지고 대하기도 하고 심지어 한쪽만 남은 자기 부모를 뺏긴 것 같은 억울함과 불안함으로 계부모를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평가절하함으로써 그들이 가정의 테두리에서 멀어지게 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계부모는 다시 이혼을 생각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평생 다툼의 전쟁을 선포하며 살벌하게 살아가는 가정도 생겨난다. 그러나 새 가족들에게서 일어나는 이 모든 갈등은 가족 저마다 관점에서 빚어지는 마음의 오해에서부터 생겨나고 상대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느껴주지 못해 일어나는 것이라 본다. 필자가 생각할 때,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구분할 수 있는 '감별능력'이라 여겨진다. 유능한 포도주 감별사는 많고 다양한 그릇에 담긴 포도즙에 혀끝만 대어보아도 몇 년 숙성된 술인가를 수월하게 감별해 내고 등급에 따라 지불해야 할 값을 매긴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 우리 어른들은 이와 같이 부모를 잃을 것 같은 공포에 싸인 어린 아이들의 떼쓰고 공격하는 행동들 이면에 감추어진 불안을 감별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계부모가 아이의 당돌한 마음을 오해하지 않고 왜곡되게 받아들이지 않게끔 감별할 수 있는 깊은 지각을 가질 수 있다면, 마음의 불행은 이내 고요함과 평정으로 변하여 담담한 침묵 속에서 화해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으리라.
재혼가정의 부모는 여느 가정의 부모들보다는 좀 더 준비된 결혼생활의 기본적인 각본이 필요하다. 그 각본에는 재혼가정에서 일어나게 될 다양한 상황마다 갈등 장면들에 대처하는 지혜와 용기가 담긴 희망의 메시지들로 가득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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