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말(馬) 특구

입력 2014-07-10 11:08:45

해마다 6월 첫 주말에 열리는 '더비 데이'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유명한 축제일이다. 이날 영국 동남부 서레이주 인구 3만 명의 엡섬 다운스(Epsom Downs)에는 유럽 각지에서 수십만 명의 경마 애호가들이 운집한다.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더 더비'(The Derby)를 보기 위해서다. 1780년 '더 더비'라는 이름으로 첫 레이스가 펼쳐진 이래 230년이 넘게 이어진 이 대회는 영국 왕실이 총출동할 만큼 국가적 경마축제다.

홈런 더비처럼 '더비'가 경주'경기를 뜻하는 보통명사가 됐지만 그 기원은 '더 더비'다. 1779년 12대 더비 백작인 에드워드 스미스-스탠리가 친구들을 위해 처음 레이스를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12만 명을 수용하는 엡섬 다운스 경마장은 클래식 경마나 국제 메이저대회가 치러지는 코스로 세 살배기 경주마들이 트랙을 질주하며 순위를 다툰다. 갖가지 깃털 달린 모자 등 '레이스고어'(관람객)의 화려한 옷차림도 큰 볼거리다.

흔히 도박쯤으로 오해받는 경마는 그동안 귀족과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현재 선진국은 물론 대다수 국가에서 누구나 즐기는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낙타나 물소 경주와 더불어 인간과 동물이 한 몸이 돼 펼치는 몇 안 되는 레이스지만 사람과의 친연성, 박진감에서는 경마가 압권이다. 대중적 인기와 비례해 세계 각국에서 관련 인프라와 산업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 승마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경북도가 '말(馬) 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을 말 산업의 메카로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 말 특구는 제주도가 유일하다. 정부의 추가 지정 계획에 따라 경북과 경기도가 경합 중인데 경북도는 말 산업의 저변이 넓은 영천과 상주'구미'군위를 특구 벨트로 묶을 계획이다.

현재 경북 도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말은 1천 마리 남짓. 전국 비중으로 3.3%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회가 열리는 상주국제승마장을 비롯 국내 승마장의 20%(61곳)가 경북에 있다. 경북도는 2016년까지 사육 규모를 3천 마리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마사회 제4 경마공원(영천) 건립도 추진 중이다. 경주마 생산농장, 전문인력 양성, 조련센터, 말 산업연구원, 관련 의학연구소 등 부대 산업과 관광진흥 등 발전의 폭도 매우 넓다. 경북이 제2의 엡섬 다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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