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디저트] "대구경북 구심점" 여의도 보리문디

입력 2014-07-05 08:00:00

국회의원 보좌진 '보리 모임'

6월 임시국회가 한창이던 2일
6월 임시국회가 한창이던 2일 '국회 분수대에서 사진 촬영 가능하신 분'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순식간에 나타난 보리 모임 보좌진들. 왼쪽에서부터 김선영 김태훈 송시영 손희권 정한빈 안일근 이동창 권형석 이주엽 허대윤 최광림 정준용 보좌관. 권형석 전 보리 모임 회장은 "보리의 힘은 번개에 있다"고 웃었다.

2006년 5월, 서울 보라매역 지하의 F카페. '83 트로이카'로 불리는 보좌관 셋이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달 밝은 밤이 깊어갔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핍박(?)받던 서러운 야당 시절이었다.

"한국 정치의 산실이 TK(대구경북)인데…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박재홍 보좌관(현 최경환 의원실)이 말했다. 결의가 스며 있었다.

"그래, 우리라도 뭉쳐서 힘을 보여주자. 엎치고 포개면 힘이 생길 거다."

이동창 보좌관(박대동 의원실)이 힘을 실었고, "해보자. 일단 TK는 다 모아보자"며 강동준 보좌관(권은희 의원실)이 술잔을 들었다. 셋은 메모지를 꺼내 모임의 명칭부터 정했다. '보리 모임'. 보리문디의 파워를 증명하자는 뜻에서 의견 합의를 봤다. 회칙도 순식간에 써내려갔다. 83학번 동갑내기 셋의 도원결의(桃園結義)는 그 뒤 정권 창출의 밀알이 됐다.

이동창 3대 회장은 "대구경북의 구심이 되어보자, 야당 시절 그 서러움 이겨내고 마음 모아 상생 발전의 초석이 돼보자, 그 마음을 알아주던 선후배들이 있어 오늘까지 왔다"고 말했다.

석 달이 지난 그해 8월 국회의사당 앞 금산빌딩 지하 국빈관에서 첫 모임이 있었다. 창립 멤버 11명이 모였다. 앞서의 강동준 박재홍 이동창 보좌관에다 김구환(옛 곽성문 의원실), 김태한(현 권영진 대구시장 비서실장), 권형석(정희수 의원실), 이창진(김태호), 안일근(윤재옥), 정진교(전 주성영), 이주엽(심학봉), 권기일(전 대구시의원) 보좌관이었다. 초대 회장은 연장자순으로 김구환 보좌관이 맡았고, 지난달 이주엽 보좌관이 10대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2005년 4월, 보리 모임 멤버는 영천 재보선 현장을 찾아갔다. 여관방을 얻고는 곧 2명을 한 조로 5개 팀을 짰다. 읍면을 샅샅이 훑으며 민심을 다잡았다. 국회에서 일하다 보니 주민의 고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길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당선에 일조했다. 보리 모임은 각종 선거전의 두뇌이자 손발이 되면서 도움을 청하는 지역들이 많아졌다.

그뿐 아니다. 정가에서 '보리 모임' 파워는 대단하다. 3일 김태훈 보좌관(주호영 의원실)까지 회원 1천 명의 새누리당보좌진협의회(새보협) 회장을 5명이나 배출했다. '새보협의 길은 보리로 통한다'는 우스갯소리에는 다른 지역의 시샘이 녹아 있다. 많은 지역 모임이 부침을 겪었지만 보리 모임은 살아남았고, 오히려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희진 전 강석호 의원 보좌관은 6'4 지방선거에서 영덕군수로 당선됐다.

보리 모임은 현재 정회원 80명, 준회원 56명인 공룡 모임으로 성장했다. 보좌진만 정회원 자격이 있다. 지역 언론인, 시도 공무원, OB(전 보좌진)들은 준회원이다. 격월로 총회를 열어 다 같이 만나고, 수시로 작은 번개모임을 즐긴다. 놀고먹는 모임이 아니어서 초반부에는 현안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모임이 있는 달이면 서로 술과 밥을 사겠다고 벼른다. 의원들과 보리 모임 간에 조'오찬 간담회도 왕왕 열린다. 대구시 부시장과 경상북도 부지사는 지역 현안, 예산, 법안 해결을 위해 보리 모임에 도움을 청한다. 보리에 말하면 의원실마다 노크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선 당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보리 모임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국비 대구 3조, 경북 10조 시대'는 불가능했다. 끈끈하게 결속돼 어느 상임위에서 한 푼이라도 더 따낼 수 있는지 안다. 대구시당위원장을 맡게 되는 의원실 수석보좌관은 대구 국비 확보 태스크포스(TF) 팀장이 된다. 예산 확보 특명을 받고 상경하는 공무원들은 첫 목적지를 보리 모임에 둔다.

이주엽 보리 모임 회장은 "위아래 질서를 중시하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자유롭다.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하면서도 끈끈한 의리를 자랑한다. 이것이 보리의 힘"이라며 "보리문디라는 애향심 가득한 우리가 대구경북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지금 일당백의 보리문디가 맹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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