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가까울수록 폐질환 연관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 상당수 주민들이 진폐증을 앓는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주민 건강관리와 피해배상, 연료단지 이전 등 그 파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민 건강 빨간불
환경부의 건강조사로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의 고통이 사실로 증명됐다. 동국대 의과대 예방의학교실(연구책임자 임현술 교수) 중심의 연구팀은 지난해 6월 연료단지 500m 이내 주민 714명을 포함해 안심 4개 동 주민 2천980명(전체 5천348명)에 대해 건강검진을 벌였다.
같은 해 9월 이 가운데 진폐증과 폐결절 의심자 304명(대상자 349명 중 87%)이 2차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다. 호흡기 증상과 만성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401명(대상자 560명 중 72%)은 별도의 폐기능 검사를 거쳤다.
연구팀은 2차 검진 과정에서 CT 검사를 받은 304명 중 161명에 대해 재검진을 하는 등 안심연료단지 주변 주민의 검진에 신중을 기했다. 별도의 폐기능 검사를 통해 기관지나 폐의 염증 등으로 기침, 가래, 호흡곤란, 폐기능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지도 따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직업과 관련 없는 8명을 포함한 최종 28명에게 진폐증 진단을 내렸다. 특히 연료단지 가까이에 거주할수록 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입증했다.
◆지원 대상자 선정 난관
정부와 대구시, 동구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환경부와 대구시, 동구청은 올해 2억2천800만원(국비 1억6천만원, 시'구비 각 3천400만원)을 투입, 28명의 진폐증 환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업체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호흡기질환 유발 물질에 대한 지속적인 대기오염 감시도 실시하기로 했다.
문제는 지원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다. 동구청은 안심연료단지 근무자 8명은 산업재해 적용을 받아 치료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일단 직업성이 없는 진폐 환자 8명을 중심으로 건강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근무경력증명서를 제출하기 힘든 나머지 12명에 대해선 지원 대상 범위에 포함할 것인지, 아니면 제외할 것인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확실하게 범위에 포함되려면 고용보험이나 소득증명, 건강보험, 동료 근로자의 보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근무경력을 증명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진폐증이 의심돼 CT 검사를 받았거나 호흡기 질환 증상이 나타나 폐기능 검사를 했던 700여 명 중 진폐증 확진을 받지는 못했지만 증상이 심한 사람들의 건강관리다. 구청은 폐질환 관련 증상은 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연료단지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들의 건강관리를 어떻게 할지 고심에 빠졌다. 이미 지난해 말 2차 검진에서 폐에서 종양이 발견된 주민 10여 명은 개인이 가입한 보험 등으로 수술과 치료비를 충당했거나 해오고 있다. 폐암 등 진폐증 이외 폐질환은 연료단지와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워 구청의 지원 대상에서 빠질 염려가 크다.
동구청 환경자원과 관계자는 "올해 안에 대구의 종합병원 중 폐질환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곳과 업무협약을 맺어 지정병원으로 정하고, 내년부터는 환경부 지정 환경보건센터가 구청이 정한 대상자들에게 진료와 약제비 지원을 할 계획이다"고 했다.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관건
내년부터의 예산 확보도 관건이다. 폐질환은 증상이 크게 완화되지 않고 지속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중요다. 문제는 내년부터 국비가 끊길 가능성이 크고, 시마저 지원을 중단하게 되면 이들의 건강관리에 큰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환경부 건강조사 결과 진폐환자가 나온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면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북 단양군은 사후 주민 건강관리 예산이 첫해인 2011년 1억3천만원이던 것이 2012년엔 국비와 도비가 끊기면서 3천600만원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아예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원 삼척시도 2012년 첫해 국비와 도비를 포함해 2억5천800만원이 주민 건강관리에 쓰이다가 지난해는 시비만 2천만원 책정됐다. 3년째인 올해는 그마저도 깎여 1천만원에 그쳤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은 "연료단지 종사자 이외에 진폐환자는 한 명도 없어야 하는데 이번 조사결과 8명이나 나왔다"며 "이는 그동안 40년 넘게 겪어온 주민들의 고통이 정부의 과학적인 조사로 확인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진폐증 확진 주민 이외에 폐 관련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연관성을 규명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