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를 통해 미(美)의 의미를 반추하는 조각가 최부윤 개인전이 12일까지 갤러리제이원에서 열린다.
미에 대한 최 작가의 질문은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에서 출발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비너스는 미의 여신이다. 신화가 상징적인 힘을 발휘하던 시절, 사람들은 신화를 통해 세속의 일을 설명했다. 최 작가는 고대 비너스를 인용하는 작업을 통해 신화와 현대의 만남을 연출한다. 작가는 비너스에 현대인이 열광하는 미의 아이콘인 걸그룹 소녀시대를 융합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미의 여신을 탄생시켰다.
여신을 만드는 최 작가의 작업은 긴 노동을 필요로 한다. FRP(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와 실리콘을 이용해 주물을 만들고 광택 물질인 크롬을 코팅하는 과정 등을 거쳐야 최 작가의 비너스가 탄생한다.
최 작가의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크롬의 물성이다. 크롬의 광택은 주위 사물을 거울처럼 투영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최 작가는 이러한 물성을 인간의 욕망에 견준다. 녹슬지 않고 빛나기만을 열망하는 현대인의 미적 욕망이 크롬의 광택을 닮았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현대인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미를 향한 과도한 열정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하지만 최 작가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미의식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직접적으로 내리지 않는다. 다만 상품처럼 복제된 물리적인 결과물(비너스)을 보여줌으로써 학습으로 굳어진 통념적인 미의 개념에 넌지시 의문을 던진다. 그가 자신의 비너스에 'Slave'(노예)라는 명제를 부여한 것은 미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비꼬는 행위로 해석된다. 이 시대가 열망하는 미의 전형을 예술로 되묻는 최 작가의 이번 전시는 미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의 진정성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053)25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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