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기획으로 미술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스페이스K 대구가 합리적인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시공간을 시각화한 작품을 통해 인간의 인식을 꼬집는 작품전을 마련했다. 22일까지 열리는 '유즈 유어 일루전'(Use Your Illusion)에 초대된 강호연, 김용관, 박경률 작가는 인간의 인식 또는 관점 비틀기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을 연출한다.
강호연 작가는 사진에 나타난 세계적인 절경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유토피아 같은 이상향으로 다가오지만 이는 실제 모습과 차이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 사진 속 이미지와 실재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달력에서 오로라를 접한 뒤 이에 매료되어 극지방으로 오로라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여행은 기대에 못 미쳤고 이후 사진과 실재의 간극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강 작가는 구겨진 신문지, 담뱃갑, 셔츠 등 일상용품을 활용해 실재 풍경을 닮은 유사 풍경을 연출한 뒤 사진으로 담는다. 그는 거울을 이용해 절묘한 각도로 녹색 탄산수, 손전등 등의 오브제들을 반사'교차시켜 라플란드의 오로라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달력과 거울, 셔츠 등을 이용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 풍경을 연출해낸다. 특히 그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사용한 일상용품을 연출한 이미지와 함께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는 재현이 실물의 반영이 아니라 허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시킨다.
김용관 작가는 르네상스 시대 이후 유일무이한 재현 법칙으로 군림해온 원근법 허물기를 시도한다. 그는 전통적인 원근법 체계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시점으로 가상 세계를 구축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구조물을 한 화면에 동시에 표시한다. 이는 어떤 대상을 동시에 다 시점으로 볼 수 없는 인간의 지각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원근을 제거함으로써 형태와 배경의 주종관계를 허문 작품 'Parallax Viewport'와 이와 반대로 원근의 과도한 강조를 통해 왜곡된 환영을 유발하는 작품 'Vanishing Viewport'를 함께 선보였다.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세계를 평면 작업에 구현한 그의 기하학적 작품은 시점에 따라 때로는 평면적으로, 때로는 입체적으로 보이는 착시효과를 유발하는 동시에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지의 세계를 만들어내며 인간이 가진 지각의 한계를 드러낸다.
박경률 작가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심리적 공간을 화폭에 구현한다. 작품 속에 나타난 공간은 박 작가의 경험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에서 유목민처럼 생활한 경험은 그가 펼치는 작업의 원형이 됐다. 그는 절단된 인체, 종이인형 등 서로 무관해 보이는 오브제들을 하나의 화면에 모아 일목요연하게 시각화한다. 이는 마치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환경에 맞서 자신만의 성을 구축하는 것 같다. 특히 그의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호그빗(hoggbit)은 수퇘지(hog)와 집토끼(rabbit)의 영문을 합성한 것으로 중간자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갈등을 상징한다. 나아가 호그빗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심리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선형적인 시'공간의 세계가 아니라 이와 다른 체계와 문법으로 관람객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시'공간을 역류하며 환상과 잔영, 허상을 연출하는 '유즈 유어 일루전'은 관람객들의 시각적 지평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053)766-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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