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맞춰 신나는 페달 "가슴이 뻥 뚫리는 듯"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구축한 가상공간에서 시각과 청각, 촉각 등 오감의 상호작용을 통해 마치 실제처럼 구현한 환경을 말한다. VR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상상적 단계를 벗어나 군사, 오락, 의료, 영화,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면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는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스크린 골프는 보편화된 지 오래이고, 스피닝과 승마, 사격, 양궁, 야구, 달리기 등 여타 종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상현실 스포츠는 운동을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날씨 때문에, 야외 활동이 여의치 않아서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스피닝 사이클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가상현실 스포츠다.
지난달 27일 오전 대구 달서구 진천동 클락해치 피트니스(053-644-0007) 스피닝 홀. 20~40대 남녀 30여 명이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자전거를 탄다. "자~ 이번에는 왼쪽으로 웨이브를 네 번 하겠습니다. 하나 둘 하나 둘." 회원들은 강사의 구호에 맞춰 사이클을 타면서 굳은 허리로 웨이브를 해보인다. 또 팔을 위로 찌르며 디스코 동작을 취하기도 하고 몸을 틀면서 웨이브 댄스를 추기도 했다. 성능 좋은 스피커에서는 빠른 비트의 신나는 노래가 귀를 찢을 듯 크게 울린다. 천장에는 현란한 사이키(깜빡이) 조명과 빙글거리는 각양각색의 회전조명이 번쩍거려 흡사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였지만 회원들은 분명 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즐기고 있는 운동은 '스피닝'(spinning)이다. "운동을 하고 있는 중에는 딴생각이 안 나요. 잠시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 같아요. 하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해집니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있는 김다영(35) 씨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스피닝은 달라요.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신나기도 하고요."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한 다음 본 수업에 들어간다. 오색 조명의 불이 돌아가면서 빠르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사의 구령에 따라 페달을 밟는다. 서서히 가속도를 높인다. 힘이 든다. 힘들면 냅다 소리를 지른다. 내뱉는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이다. 스트레스가 싹 가시고 피곤도 잊히는 듯하다. 묵묵히 페달만 밟지 않는다. 여러 가지 몸짓을 해댄다. 흔들고, 비튼다. 히프를 치들기도 한다. 힘이 남아있는 사람은 자전거 압력을 높인다. 오르막길에서는 몸짓이 달라진다. 안장에서 히프를 들어 올려 페달을 밟는다. 한껏 들어 올려진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든다. 히프만 흔드는 게 아니다. 머리도 흔들고, 몸도 흔든다. 마음까지 흔들어댄다. 땀이 송골송골 배어 나온다. 잠시 쉬는 동안 수건으로 땀을 닦고, 물을 마신다. 그것도 잠시, 다시 페달을 밟는다. 이번에는 레퍼토리가 다르다. 전보다 음악이 빠르다. 당연히 속도도 빠르기 마련. 몸짓이 더 강렬해진다. 체면이고 위신이고 다 벗어던진다. 음악에 이끌려 자신을 잠시 잊는다. 그러다 보니 가끔 민망한 동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없다. 실내조명이 어두운 것도 있지만 스스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성격인 김 씨 역시 이 부분에 이르자 평소와 달랐다. 누구보다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댄다. "자전거를 탈 때는 내 성격도 잠시 잊는 것 같다"며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다. 그러나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은 없다. 즐겁기도 하고 여럿이 하니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운동을 마지막으로 50분 수업을 끝냈다. 이날 유일한 남자 회원인 박상홍(27) 씨는 "일반 실내 자전거는 20분도 채 타기 힘들지만 스피닝은 오래 해도 지겨운 줄 모른다"며 "하고 나면 개운한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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