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돈 20만원, 받을 수 있나요?"…주민센터 상담 문의 북새통

입력 2014-07-03 10:54:39

공무원들 업무가중 등 호소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들이 '20만원 로또'에 목을 매고 있다.

이달부터 기초연금제도가 시행, 25일 첫 지급이 예정되면서 읍'면'동사무소마다 기초연금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종전 노인들에게 주던 기초노령연금은 가장 많이 받는 노인의 수급액이 9만9천100원이었으나 이달 새로 도입된 기초연금은 수급액이 종전의 2배가 넘는 20만원에 이르러 주민센터 및 읍'면'동사무소를 찾아 연금 문의를 하는 노인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도시에서도

기초연금 신청이 시작된 1일부터 대구시내 동주민센터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일 대구 달서구 진천동주민센터에는 오전 9시부터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새롭게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되는 만 65세 이상 진천동 주민 1천8명 중 하루에만 100여 명이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날 오전 한때 2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리면서 대기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구비 서류를 미리 준비해 주민센터를 찾은 신청자들은 거의 없었고, 상담을 받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달 말 주민센터에서 기초연금 신청 시작 안내문을 받고 자신의 재산상태를 점검한 뒤 주민센터 직원에게 자신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가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

김금자(68) 씨는 "아들 소유로 된 집에 살고 있는 것도 기초연금 지급 자격에 영향을 준다고 해서 내가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주민센터에 들렀다"며 "다행히 살고 있는 집이 고가주택이 아니라서, 서류를 작성해 기초연금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북적이는 주민센터에서 큰 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상담을 받다가 자신이 기초연금 수급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답을 듣고는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기초연금을 못 받느냐"며 언성을 높이는 노인들도 많았다. 한 노인은 예금 6억원이 있어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자신이 기초연금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직원이 진땀을 뺐다.

연금을 신청해도 재산조사 등을 위한 심사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그 자리에서 탈락 여부를 알려달라며 자리를 떠나지 않는 노인들도 많았다.

기초연금을 신청하려다 우연히 깜짝 선물(?)을 받은 주민도 있었다. 진천동에 사는 한 70대 부부는 기초연금 수급자격이 되는지 알아보러 주민센터에 갔다가 2010년부터 지급됐던 800만원가량의 기초노령연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초노령연금 지급계좌를 확인해보지 않고 있다가 4년 만에 연금을 찾게 된 것이다.

진천동주민센터 기초연금 담당자는 "상담 시간이 보통 15~30분가량 걸려 직원들이 하루종일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 어르신이 상담을 받고 간 뒤 자녀들이 주민센터로 확인 전화를 걸어와 전화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어르신들은 보통 서너 번은 방문해야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갖춰 오기 때문에 당분간은 북새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농촌에서도

기초연금 신청 첫날인 1일부터 경북도 내 읍'면'동사무소 창구에는 하루 종일 신청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와 방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미 기초노령연금을 받아온 노인들 경우, 별도의 신청 없이 기초연금 대상자로 등록된다는 홍보가 부족한 탓에 별도의 추가 신청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문의가 많다. 또 기존에 기초노령연금 대상이었다가 탈락했던 노인들은 자신이 기초연금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질문을 하러 읍'면'동사무소를 방문하는 바람에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일일이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안동 풍산읍사무소 박선화 사회복지담당은 "대부분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데 신청해야 하느냐는 문의이고, 특히 자식들이 부모님의 연금 지급 대상 여부를 묻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안동시 명륜동주민센터 정주현 기초연금 담당자는 "기존에 기초노령연금을 받다가 재산변동으로 탈락한 노인들 가운데 다소 완화된 기초연금 규정으로 대상이 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이럴 경우 기초자료를 토대로 대상이 가능한 노인들에게 일단 신청하도록 권유했다. 재산변동 사항 등 좀 더 세부적인 자료조사는 차후에 실시, 최종 대상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고 했다.

경북도 내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항에서도 노인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포항은 전체 노인 인구 6만여 명 중 71%가 노인기초연금 대상에 해당된다.

농산촌인 청송군에서는 기존 기초노령연금에서 탈락했던 노인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읍'면사무소마다 하루종일 수십 통의 전화와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청송군은 기초연금으로 변동되면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역 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58명에 대해 금융거래액 변동 등으로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전산작업이 끝나는 10일쯤 새롭게 입수되는 자료와 기존 자료 등을 토대로 기초연금대상자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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