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쓸모없게 된 명약

입력 2014-07-01 07:32:56

얘야, 누구를 속이면 어떤 벌을 받게 될 것 같니?

옛날 어느 곳에 아주 뛰어난 명의(名醫)가 있었어.

어떤 병이든지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소문이 나있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병을 고치고 갔어.

그런데 어느 날, 이 명의가 갑자기 자리에 눕게 되었어.

그래서 한 제자를 불러 말했어.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그러나 조심하면 생명을 연장할 수는 있다. 내가 그동안 모은 약초로 약을 조금 만들었는데 이 약을 써보고 싶다. 만약 내가 숨을 거두거든 이 약을 발에서부터 머리로 올라오면서 모두 발라다오. 그러면 나는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다. 약초 구하기가 힘들어 조금밖에 못 만들었으니 얇게 바르되 전신에 다 발라다오. 내가 나으면 힘들더라도 이 약초가 많은 곳을 다시 찾고 싶구나."

얼마 뒤 명의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어.

제자가 달려와 곧 약을 바르기 시작했어.

배꼽까지 바르자 명의의 몸은 다시 따뜻해지기 시작하였어.

'으음, 과연 명약이로구나. 그렇다면 이 약을 다 발라주지 말고 두었다가 다음에 내가 써야 하겠구나.'

제자는 약병을 품에 넣고는 약 바르기를 멈추었어.

그러자 스승의 몸은 다시 차갑게 식고 말았어.

세월이 많이 흘렀어.

이 제자도 병을 잘 고친다는 소문이 났지만 사람들이 별로 찾아오지 않았어.

"저 사람은 늘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표정이야."

"그래, 어쩐지 욕심이 많아 보여."

이 제자는 어두운 얼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

어느 날, 이 제자도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어.

'어디 두고 보라지. 반드시 살아나서 사람들에게 떵떵거리며 살아야지.'

이 제자는 아들을 불러 말했어,

"내가 숨을 거두거든 이 약을 온몸에 고루 발라다오."

이윽고 이 제자가 숨을 거두자 아들이 약을 바르기 시작했어.

반쯤 발랐을 때, 얼굴에 다시 피가 돌기 시작하였어.

"그런데 이를 어쩌지? 반밖에 바르지 못했는데 그만 약이 떨어지네."

아들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아버지는 다시 싸늘하게 식어가고 말았어.

"아이고, 아버지! 좀 넉넉하게 남겨놓지 않으시고 반만 남겨 놓으시면 어떻게 해요."

아들이 울부짖었지만 아버지는 다시 살아나지 못했어.

그래, 남을 속이고 제 잇속을 챙기면 언젠가는 그 벌을 받게 되는구나. 만약 이 제자가 스승에게 약을 다 발라주고 스승을 살려 함께 약초를 찾아 나섰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심후섭 교육학박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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