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구업(口業)

입력 2014-06-28 07:19:39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코미디언이나 마술사들이 외우곤 하는 이 신비로운 주문이 사실은 불교의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다. 경전(經典)을 읽거나 기도를 할 때 항상 가장 먼저 암송하여 입으로 지은 죄업을 맑게 정화한다.

구업(口業)이란 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입으로 남을 속이고(망어 妄語), 욕이나 험한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며(악구 惡口), 이간질을 하여 화합을 깨뜨리고(양설 兩舌), 이상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기어 綺語) 4가지 업(業)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몸과 입과 생각으로 짓는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 중에서 구업을 더욱 강조하여 입 조심을 가르친다. 인간의 언어 표현은 화를 부르기도 하고 복을 가져다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침몰 참사라는 초대형 재앙을 비롯하여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그것이 자연재해든 인재든 우리의 업보(業報)로 받아들인다 해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이런 엄청난 사고로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쏟아내는, 이 나라 지도자들의 비정한 망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을 비롯해 언론, 종교, 학계에서 퍼부어대는 막말은 가관이 아니었다. 도대체 정통과 이단'사이비의 구분이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유가족이 무슨 벼슬을 한 것처럼 생난리를 친다.' 망언이 이쯤 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유병언이 사이비인지, 이 나라 지도자들이 정통인지 구별할 수 있겠는가?

특히 세월호가 구원파라는 종교 집단과 연계되어 있는 마당에, 정통 교단 종교 지도자들의 막말은 차라리 오늘날 한국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급기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역사의식 부재로 인한 반민족 사관에 의한 발언은 그 서글픔의 정점을 이룬 듯하다.

구한말 민족운동과 기독교계의 지도자이며, 당시 YMCA 총무였던 월남 이상재 선생은 '예수의 마음을 조선 형식으로 동화해야 한다, 기독교의 가르침을 호도하여 민족 사관을 왜곡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지도층의 그릇된 사상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폐해에 대한 경계인 것이다.

상생을 거부하는 지도자의 독선은 사이비 못지않은, 무늬만 정통인 사이비일 뿐이다. 이는 비단 종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언론, 학계 등 사회 지도층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다. 한 번의 말을 하기 위해 세 번 생각해 보라고 한 공자의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교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시냇가 빨래터를 넘지 못했던 수군거림이 이제는 지구촌 방방곡곡으로 순식간에 전달되는 인터넷 시절이기에 더욱 그렇다.

예로부터 '화(禍)는 입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이 구업에 대한 설화(舌禍)를 경전에 일러 놓았으니,

'사람은 태어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 도끼로 남을 해치고 스스로를 해친다.'

지거 스님. 청도 용천사 주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