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 미국 입양…"엄마가 되니 부모님이 그리워지네요"
◆칠성동서 푸른보자기 싸여 발견 백합보육원서 6개월 만에 입양
"엄마가 되고 비로소 자식을 가진 부모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두 살 때 미국으로 입양 간 정해숙(미국 이름 제이미 포티어·40) 씨는 40년 전 한국을 떠난 뒤 이달 19일 처음으로 자신이 태어난 한국 땅을 밟게 됐다.
그는 1975년 2월 8일 오후 9시 55분쯤 대구 북구 칠성동 2가 491번지의 주택 앞에서 집주인 정해봉(당시 45세) 씨에게 발견됐다. 정 씨를 감싸고 있던 푸른색 줄무늬 포대기와 살구색 코트 안에 있던 쪽지에는 '74년 12월 31일생'이란 메모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칠성파출소로 실종 신고된 정 씨는 다음 날 대구 중구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백합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보육원에서 발견자의 이름을 따 '정해숙'(鄭海淑)이란 이름을 지었다. 여러 달 부모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자 정 씨는 서울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1975년 9월 1일 미국 미시간주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양부모는 정 씨 외에도 미국인 오빠와 여동생을 더 입양해 모두 사랑으로 키워냈다. 정 씨는 피부색이 달랐지만 오빠, 여동생과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정 씨는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은행에서 일하며 미국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2005년엔 엄마가 됐다.
정 씨가 4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도 엄마가 되면서다.
"생후 2개월 된 딸을 보내야 했던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한국에 와보니 늘 살았던 곳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가족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정 씨는 이번 첫 방문에 당시 백합보육원이던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를 찾아 자신의 한국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게 됐다. 또 미국의 한국계 입양아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Me&Korea'의 도움으로 다른 입양아 21명과 함께 2주간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도 가진다. 정 씨는 이참에 경찰서를 찾아 DNA 정보도 등록할 예정이다.
"부모님을 찾으면 그동안 좋은 인연들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 왔고,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053-659-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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