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현관문을 툭 치는 소리가 들린다. 신문이 배달되는 신호다. 둔탁한 소리는 나의 일과에 빠뜨릴 수 없는 알람이다. 신문의 인쇄향이 코끝을 건드린다. 신문 넘어가는 소리가 신권 지폐처럼 싱싱하다.
먼저 신문을 펼쳐서 주요 내용을 훑는다. 기사 제목에서 오늘의 기류를 감지한다. 그런 후에 눈에 띄는 기사를 읽는다. 무거운 사건 사고는 확인만 하고, 뒷면으로 갈수록 꼼꼼히 체크한다. 나는 마음에 드는 기사만 골라보는 지독한 편식주의자다. 특정 기자의 기사를 찾아서 읽고, 좋아하는 칼럼을 챙긴다. 뜻하지 않게 귀한 인터뷰를 만나면 횡재한 기분이 든다. 직접 접할 수 없는 인물을 기사로 만나서 귀한 속내까지 듣게 되니 얼마나 유익한가. 때로는 신간서적 코너에서 아이디어를 낚기도 한다. 문화면은 문화예술계의 최신 소식을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정보 플랫폼이다. 간혹 TV 뉴스에서 놓쳤거나 자세히 알고 싶은 사건도 보다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깊이가 신문에는 있다.
몇몇 기사를 정독하면서 색다른 정보와 번뜩이는 생각에 자극을 받는다. 아예 빨간 펜을 들고 집중 탐색한다. 신문은 내게 영감의 충전소이자 영원한 '힐링캠프'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어느 정도 지루할 즈음에는 지역 신문이 오후를 부축한다. 석간은 주로 문화면에 초점을 두고 보는 편이다. 독자인 내가 직접 얻을 수 없는 정보를 한 공간에서 확인하며, 그때그때 문화예술계의 지형을 파악한다. 어쩌다가 지인의 기사라도 실렸으면, 반갑게 교감하기도 한다.
신문은 언제나 흥미진진한 삶의 동반자이다. 그 속에는 신선하고 맑은 얼굴이 있는가 하면 끔찍한 사건이 있다. 소외당한 이들의 억울한 사연도 있지만 가슴 따듯한 사연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누군가에는 한겨울의 추위를 막는 이불이 되기도 한다. 또 신문은 누군가에게 창작의 아이디어를 귀띔해주는 멘토이자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인터넷이 최첨단의 정보를 공급하고 있지만 종이신문의 위력을 누를 수는 없다. 디지털 매체가 기사를 훑어보게 한다면, 종이 신문은 지면을 넘기면서 천천히 생각하게 만든다. 꽉 짜인 편집디자인은 기사들의 조형미를 음미하게 한다. 화가들이 경영하는 화폭의 구도와 신문이 구사하는 지면의 편집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화가인 나는 기사만 읽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편집디자인된 기사를 읽는다. 그림을 감상하듯이 이뤄지는 지면 감상은 기사읽기와 동시에 이뤄진다. 여기에 추임새를 더하는 사진과 종이의 미묘한 질감은 디지털 매체의 매끈함에 양보할 수 없는 종이 매체만의 미덕이다. 이런 나는 틀림없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오늘도 종이신문을 펼치며 바깥세상과 마주한다.
김남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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