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새누리 전당대회 출마 이인제 의원

입력 2014-06-27 07:48:07

"낡은 틀·관행 허물고 당 개조 불씨 되겠다"

2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열정이 넘쳤다. 차기 당권 주자로 나선 이 의원은
2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열정이 넘쳤다. 차기 당권 주자로 나선 이 의원은 "국가와 정당 개조를 위해 자신이 도구와 불씨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의원실 제공.

머나먼 여정이었다. 이인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1997년 대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을 탈당한 뒤 이 의원의 정치 인생은 13번의 탈당과 창당, 당명'당적 변경 등으로 이어졌다.

'정치인 이인제'의 출발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1988년 법복을 벗고 제13대 총선에서 40세의 나이로 경기 안양갑 통일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최연소 노동부 장관, 최초의 민선 경기도지사 등 거침없이 질주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선 만 49세의 나이로 500만 표를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신한국당 탈당 이후 그의 정치 역정은 말 그대로 유랑생활이었다. 잡힐듯하던 대권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2007년 제17대 대선 때 조순형 국회의원을 제치고 민주당 후보로 다시 나섰지만 득표율 0.7%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랬던 이 의원이 2012년 10월 자신이 이끌던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으로 15년 만에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돌아왔다. 그해 제18대 대선에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정권 재창출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 의원은 어느덧 6선 의원이 됐다. 선수(選數)로만 따지면 서청원 국회의원(7선)에 이어 당내 서열 2위다.

이 의원은 내달 치러지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새누리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정당'국가 개조 명령에 부응하는 모습을 기득권 세력 교체로 보여줘야 한다"며 "구태'기득권 세력이 다시 당을 장악할 경우 7'30 재보선은 물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엄정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실에 백두산 천지 그림이 많다. 지난해는 한반도통일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통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정치하는 동기가 통일이었다. 1988년 제13대 때 국회에 처음으로 들어왔는데, 이듬해인 1989년에 독일 통일이 됐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나도록 한반도는 여태 분단된 현실로 안주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수명도 다됐다고 본다. 이 기회를 통일로 골인시키는 게 중요하다. 통일에 앞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일대 혁신, 당 개조를 중요한 목표로 삼아 통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그 중심에 서야 한다.

독일은 강력한 통일을 바탕으로 유럽 통합까지 이어지게 했다. 전후 최악의 국가에서 존경받는 국가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도 기회가 왔을 때 당이 먼저 나서서 국민 여론을 통합하고 북한 주민을 설득한 뒤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민족뿐 아니라 아시아에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내건 과제는 국가 개조다. 이 시기에 집권여당의 대표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국가 개조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전략, 역량을 갖춘 사람이 새누리당 새 대표가 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은 국가개조를 명령했다. 정당 개조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정당 개조가 돼야 국가 개조가 된다. 그러려면 낡은 틀, 의식, 관행을 허물고 현대적 정당을 만들어낼 사람이 필요하다."

-본인이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1997년 신한국당 떠나서 혼자 정치 이상을 성취해보겠다고 도전과 모험의 길에 들어서서 15년간 한국의 낡은 정당, 양대 정당의 틀 사이에서 죽음과도 같은 계곡을 헤맸다. 왜 한국의 낡은 정당체제가 유지되는가? 국민의 정치불신은 왜 이렇게 높을까? 항상 이런 고민을 해왔다.

민주화 20년 이후 한국사회가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건강한 리더십이 빈약해서다. 선진국 당수를 만나서 어떻게 주도하는지 관찰했다. 어떻게 하면 후진성을 극복하고 선진형의 과학적인 정책정당을 만들 수 있을까, 준비를 철저히 했다. 한국의 낡은 정치구조 두 가지는 영'호남 지역주의와 계보 정치다. 이런 것들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외면한다. 최근에 '안철수 열풍'을 봐도 그렇다. 한 번도 정치 근처에도 오지 않은 사람을 위로 올리는 이런 현상, 바로 정치적 허무주의, 절망의 표현이 아닐까. 이런 낡은 잔재를 없애야 한다. 낡은 정당이지만 기득권 허물려고 하면 저항한다. 기득권 대변하는 사람은 개조, 개혁, 일대 혁명적인 변화를 하려 해도 세력의 저항 때문에 대담한 결단을 하기 어렵다.

또 하나는 대통령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를 추종하는 사람을 심고 줄세우기 하는 것이다. 공천권을 자기 세력 만드는 데 쓰면 안 된다. 나는 친박(親朴)도 비박(非朴)도 아니다. 권력으로부터 객관적인 사람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당 개조의 불씨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출마했다."

-대표가 되면 공천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민의 정당이다. 국민, 당원이 주인인 주권자로서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원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 선진형 당원제도로 뜯어고치려고 한다. 그게 바로 국민이 원하는 정당 개조다. 국민과 당원이 완벽한 주인이 되게 하고, 정당에서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낼 인프라를 갖춰서 국민이 요구하는 해답을 제시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공천권은 없어진다. 대다수가 '공천권을 내려놓겠다', '국민에게 주겠다'고 하는데 다 부질없는 헛공약이다. 추종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공천권을) 내려놓으면 추종자들이 안 가져가겠나. 틀을 바꾸면 공천권이란 것도 없어지는 본질적인 개혁을 구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경북에 어떤 것을 안겨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것인가.

"대구경북이 주도가 돼 만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안겨 드리겠다. 또 박 대통령 임기 말까지 새누리당을 튼튼하게 만들어 다음 정권 재창출과 박 대통령의 정책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후진적인 당, 정치불신의 대상인 당을 혁명적으로 변화'개조해서 우리 당원과 국민이 주인이 되고, 당의 엘리트는 거기에 복종하는 모습이 되는 국민의 정치적 요구를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는 과학적인 정책정당으로 일대 혁신하겠다. 내가 불씨가 되겠다."

-대구경북 책임당원이 3만 명에 육박한다. 서울보다 많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근혜 정부 모태가 대구경북이다. 박 대통령의 성공은 대통령 본인을 넘어 국가와 국민의 행복과 직결된다. 대통령의 성공이 한 사람의 성공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대구경북 당원들은 박 대통령의 성공을 뒷받침할 대표가 누군지 알 것이다. '내가 친박이다'하면서 대통령 권력을 추종하던가, 낡은 기득권으로 공천 칼자루를 쥐겠다는 사람들은 당을 살리는데도 실패하고 대통령 성공시키는데도 실패한다. 객관적 위치에서 대통령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새누리당을 살리는 사람을 잘 살펴서 전당대회 운명을 결정짓는 일이야말로 명예로울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19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 불복한 점을 당원들이 문제 삼을 수 있다.

"1997년 대선 때 어마어마한 민심의 폭풍이 불었다. 난 정말 외롭고 힘든 결정을 해야만 했다. 나로선 끝없는 번민, 결단, 그것 때문에 당을 지켰던 사람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줬다. 당의 주인은 그분들이니까 상처와 아픔에 대해선 사죄드렸다. 아니 당원들에게 준 마음의 상처는 조건 없이 사죄드린다. 앞으로 기여하고 헌신함으로써 책임을 다하겠다. 그래서 지난 15년 동안 죽음의 계곡 속에서 견디면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어머니의 정당에 돌아왔다. 더 나아가 당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겨준 마음의 빚을 갚고자 당 대표가 되려고 한다. 당 대표는 세력 있는 사람이 앉아서 권력 누리는 자리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건 '3김 시대' 때 끝났다. 이번에 내가 정당 개조를 위한 도구 역할을 함으로써 당원들에게 안겼던 마음의 상처를 갚고자 한다."

-당청(黨靑) 관계는 어떻게 돼야 하나.

"대통령이 국가 경영하는데, 집권여당 최고 지도자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당은 정책능력이 전혀 없다. 그러니 대통령과 행정부가 주는 것을 넘겨받아 처리하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같이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쓴소리 하는 것이 개조고 혁신이 아니다. 당을 과학적인 정책정당으로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대통령이 정책 목표로 공기업 개혁, 규제혁파를 강조했다. 이것을 누가 받아서 하겠는가. 장관들,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이 맡아 해야 한다. 당이 정책 능력이 없으면 아웃소싱을 해서라도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규제 혁파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관계다."

-향후 꿈은 무엇인가? 대권에 다시 도전할 생각인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나는 40대부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도전하고, 준비해온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시기가 아니다. 나는 그때그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다. 당을 어떻게 선진정당으로 개조할까, 박 대통령 임기까지 국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동력은 뭘까, 다음 정권은, 통일은 어떻게 준비할까 등등 이런 걱정 때문에 솔직히 지금 얘기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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