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아쉬운 무승부, "슬픈 뉴스 속 단비" 시민들 붉은 함성 들썩
아쉽지만 잘 싸웠다.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후반 교체 멤버로 들어간 상주 상무 소속 이근호의 선취골로 1대0으로 앞서나가다 동점을 허용, 1대1로 비겼지만 시민들은 폭염 속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시민들은 18일 아침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그렇지만 4년 전 월드컵 때처럼 화려하고 들뜨진 않았다. 시민들은 '세월호'를 가슴 한쪽에 품은 채 월드컵 축구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선전했기에 실망하지 않았다. 23일 알제리전 등 남은 경기에서 잘 뛰어준다면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이날 오전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과 러시아의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기대와 환희, 탄식을 연발했다. 모처럼의 함성은 세월호 참사와 연이은 정부'정치권의 무능과 무기력에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줬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됐다.
직장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한 박선영(29) 씨는 "1대1로 비긴 것이 못내 아쉽지만 투혼을 발휘한 한국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우울할 때가 잦았는데 한국팀의 모습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국채보상운동공원은 붉게 물들었다. 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저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당초 대구시는 출근 시간인데다 최근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로 참여 시민을 200명 안팎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빗나갔다. 2배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행사를 준비한 시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 시민들은 우울한 기분을 털어내고 열정을 쏟아내는 데 목말라 있었다.
2시간 동안 열심히 응원하느라 목이 잠긴 대학생 이명재(23) 씨는 "최근 들어 슬프고 안타까운 뉴스만 본 것 같은데 월드컵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맘껏 응원을 펼치니까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비록 시험 기간이지만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없애기 위해 응원전에 참가했다"고 했다.
김성진(34) 씨 또한 "응원을 위해 회사에 하루 휴가를 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답답한 소식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응원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하니까 기분이 나아졌다"며 "이근호 선수가 골을 넣을 때 환호성을 질렀는데 이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청구고 학생들도 교내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선배인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진 못했지만 공부 스트레스를 잊고 한데 모여 응원하는 기쁨을 맛봤다. 게다가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이 모교를 찾아 응원전에 동참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한국팀이 러시아와 비김에 따라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한국팀이 평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안겼지만, 이날 경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 시민은 "당초 러시아전에서 열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뜻밖에 한국팀이 잘 싸워 무승부를 만들었다. 한국팀의 16강 가능성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더욱 목소리 높여 남은 경기를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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