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으로 다가 온 새터민] (하) 통일 연습, 새터민과 소통하기

입력 2014-06-16 10:11:55

"우리가 껴 안아야할 이민자" 통일한국 미리 준비하자

지역민들이 탈북민이 각자의 재능을 한껏 발휘해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북한 춤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는 새암누리 통일예술단의 탈북 여성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역민들이 탈북민이 각자의 재능을 한껏 발휘해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북한 춤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는 새암누리 통일예술단의 탈북 여성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역 새터민들과 교감하면서 통일연습을 합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다보스포럼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대박'을 언급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통일 대박'은 쉽게 찾아오지도 않겠지만, 통일이 된다 해도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서로 다른 체제가 하나로 합쳐지려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남북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라면 대한민국 국민들과 탈북민들과의 소통은 통일연습이 될 수 있다. 이질적인 문화 차이를 인정하면서, 동질적 공감대를 확대시켜나가야 한다.

우리 생활 주변의 작은 곳에서 출발하자.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의 사고방식과 생활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통일로 인해 문화적 괴리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

◆탈북민들, 과거 난민자→현재 이민자

최근의 탈북민들은 과거의 '난민적' 지위에서 '이민자적' 성격으로 전환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 냉전체제 아래에서는 탈북하는 사람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1990년대부터는 연간 2천∼3천 명이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제 2만5천 명에 달하는 탈북민들은 난민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찾아온 이민자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을 이민자로 보자는 얘기는 색안경을 끼지 말고, 이들과 교류하며 한국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16일 영천의 한 다방에서 만난 탈북여성 종업원은 처음엔 자신이 조선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씩 얘기를 나누다보니, 솔직히 탈북민임을 털어놓았다. "왜 조선족이라고 했나"고 묻자, "손님들 중에는 북한에서 넘어왔다고 하면, 대놓고 '빨갱이' 또는 '김일성 추종자'라고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0년 이후 유흥업계로 유입된 탈북여성들 대부분이 스스로 탈북민임을 부정하고, 조선족이라고 말한다.

북한에서 쌓아온 탈북여성들의 경력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지역의 북한이탈주민지원센터 한 상담사는 "탈북민들이 정착 초기에 남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욕구만 강하기 때문에 문화적 괴리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년 전부터 지역 새터민들을 돕고 있는 구미상모교회 김승동 목사는 "탈북민들이 최근 10여 년 동안 급증하고 있지만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어려운 외국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마음으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새터민들의 정다운 이웃이 되자!

보수의 본산이라고 일컬어지는 대구가 열린 마음으로 새터민들의 정겨운 이웃이 된다면, 이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봉사할 것이다. 벌써부터 이를 실천하고 있는 지역민들도 있다. 이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태도 속에서 새터민들을 대하는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국악고 출신의 정아현(28'계명문화대 사회복지학과 2년) 씨는 탈북여성들로 구성된 새암누리 예술단의 정식 회원으로 들어가 활동했으며, 지금도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 씨는 "평상시 연습을 할 때는, 이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울리는 것 자체가 흥겹고, 함께 북한식 음식(순대'국수'김치 등) 먹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전현우(37'자영업) 씨도 4년 전 방 단장과 태권도와 무용을 결합한 무대를 함께 한 인연으로 탈북 예술단을 돕고 있다.

젊은 탈북여성을 수양딸로 삼아 결혼까지 시킨 '광장꽃집' 주인 최성옥 씨는 "지역에서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남편의 뜻과 제 뜻이 맞아, 새터민을 우리 딸처럼 잘 키웠다"며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민들을 우리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언급과 함께 민간에서는 벌써부터 '생활 속 통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 서울에서는 '1090 TEK 봉사단'이라는 전국적인 조직이 발족됐다. '1090 T(Talent'재능)'E(Experience'경험)'K(Knowledge'지식) 봉사단'의 취지는 '10대부터 90대까지 내 생활 속 교류 통일'이다. 그동안 거대담론, 당위론에 머물던 남북교류와 통일문제에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새롭게 접근하자는 운동이다.

1090 TEK 봉사단장인 박영수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TEK단은 내 생활 속 북한, 내 일상 속 남북교류, 내 삶의 남북통일을 지향한다"며 "북한 사회가 필요로 하고 활발히 접근할 수 있는 남북 교류, 나눔의 12개 분야로 짜여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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