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는 '백인의 책무'('정글북'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의 말)와 '신의 뜻'이었다. 서구와 같은 발전 단계에 이르지 못한 '미개'하고 '야만적'인 민족을 '개화'시키는 것은 백인의 의무이며 이는 신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이를 차용해 아시아 국가에 대한 식민지배의 논거로 개발한 것이 '문명개화'(文明開化)이다. 그 기초를 놓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에 따르면 인류는 개화와 미개로 나눌 수 있으며 미개의 전형은 페르시아, 터키, 중국 그리고 조선이란 것이다. 특히 조선에 대해서는 더 가혹해 "동양에서 첫째가는 완고한 나라" "동해의 후미진 구석에 침체된 야만국" "조선 인민을 위해서도 빨리 멸망해 문명국의 관리 밑으로 들어야 할 야만적 정부의 나라"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문명국이란 일본으로, '신의 뜻에 따른 백인의 책무'의 일본 버전이다.
이런 사이비 문명개화론은 진보진영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르크스주의자로 이름을 날렸던 경제사학자 후쿠다 도쿠조(福田德三)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저서 '한국의 경제 조직과 경제 단위'에서 이렇게 단정했다. "한국은 봉건제도로도 못 나간 고대 사회일 뿐이고 그 민족적 특성은 부패와 쇠망이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며 "조선 민족의 DNA는 게으름"이라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역사인식은 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합리화 논리를 오늘에 다시, 그것도 유력 신문사 주필까지 지낸 지식인에게서 듣게 되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史實)에 대한 무지가 더 큰 문제다.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일 만큼 필연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사도'의 저자로 "조선인의 생활풍습은 죽은 풍습이고 조선인은 민족적 명맥이 끊어지려 하고 있다. 이 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죽음이다"고 한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가 을사늑약 다음해인 1906년 이토 히로부미에게 물었다. "조선인들만으로 문명화가 가능하겠느냐? 일본인들이 대거 조선땅으로 이민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토의 대답은 의외였다. "모르는 소리. 조선의 역사를 보면 조선민족이 결코 열등한 민족이 아니다. 오늘날 이렇게 된 것은 오로지 정치가 잘못된 탓이다". 문 후보자는 이런 사실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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