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드러내는 창 얼굴…나를 찾아 가는 여정

입력 2014-06-13 07:15:43

29일까지 서옥순전

서옥순 작
서옥순 작 'portrait'

서옥순 초대전이 29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열린다. '존재, 나의 시선'이라는 이번 전시 주제가 암시하듯 서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녀에게 얼굴은 신체의 일부분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하나의 장소로 기능한다. 이는 서 작가가 자신의 내면과 외연이 만나는 곳으로 얼굴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행위이며 나아가 나와 타자의 관계를 설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서 작가의 작업에서 얼굴이 존재를 인식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독일 유학이 있다. 1996년 독일로 떠난 그녀는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됐고 이는 얼굴에 천착하는 계기가 됐다. 서 작가는 2007년 귀국 후 지금까지 '자화상'이라는 작품을 통해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서 작가는 "내 작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화상 작업은 내 존재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 이유는 얼굴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얼굴에는 스스로의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역시 자기인식의 연장 선상에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신작도 '자신 속의 나'와 '자신 밖의 나'를 찾아서 연결하는 시각적 조형 언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신작은 기존 작품에 비해 다양한 색이 가미되어 한층 더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는 밝은 곳을 지향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투영된 결과물로 존재 속에 잠재된 억압과 상처를 치유하려는 작가의 적극적인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 작가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한 뒤 다양한 질감과 색을 가진 천 조각을 겹치고 포개어가며 수를 놓아 형태를 완성한다. 한 땀 한 땀 놓는 바느질은 자신의 안과 자신의 밖에 있는 나를 찾아 하나로 이어주는 행위로 해석된다. 서 작가는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캔버스 작업이지만 그리는 행위 없이 제작됐다. 마치 퍼포먼스를 하듯 물감을 뿌린 뒤 바늘로 실을 꿰어 작업을 했다. 이는 차분한 감정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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