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이 황당할 것 같은 상상력도 우주과학에서는 커다란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 1972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를 이륙한 우주 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에도 이런 만화 같은 상상력을 현실화시킨 물건이 실렸다.
탐사선 내부에 장착된 두께 1.27㎜의 얇은 직사각형 금속판이 그것이다. 금속판에는 알 수 없는 기호 같은 그림과 함께 벌거벗은 인간 남녀의 모습이 파이어니어 10호의 모습을 나타낸 도형 위에 그려져 있었다. 남자는 오른손을 들어 인사하는 포즈를 하고 있다. 이 금속판은 외계의 생명체에게 보내는 인류의 메시지였다. 우주 먼 저편 외계에 혹시라도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어, 먼 미래의 어느 날 그들이 지구의 이 탐사선을 발견했을 때 그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한 '지구인의 편지'였다.
이 미션을 현실화시킨 사람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었으나,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는 과학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 우주과학소설 작가였던 에릭 버제스였다. 세이건이 찬성했고, 나사의 승인을 받아 '편지'는 3주 만에 완성됐다.
파이어니어 10호는 1983년 오늘 해왕성 궤도를 통과한 후 무한한 공간을 향해 태양계 바깥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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