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무대 노크하는 대구 연예계 샛별들] 대구 토박이 그룹 '라라 밴드'

입력 2014-06-12 14:08:08

대구서 실력 쌓아 홍대 클럽서 연주 '무대체질'

꿈의 크기와 나이는 종종 반비례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지고, 꿈꾸는 세계도 넓어진다. 그래서 무서운 것은 어른이 아니라 청소년이다. 이번에 '대구 애들'이 일을 냈다. 꿈을 처음 키운 곳은 대구였지만 이제 전국을 무대로 이름을 알리며 성장하고 있다. 10대 밴드인 라피스라줄리(이하 라라밴드)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대구의 숨은 밴드를 만났다.

◆ '일 낸' 대구 10대들, '라라밴드'

이달 5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음악 연습실. 이날 대경대학교 실용음악과 정기 공연 무대에 초대받은 라라밴드는 공연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앳된 얼굴을 보고 인터뷰에 앞서 나이부터 물었다. 리더이자 메인 보컬인 김유정(대구여자상업고)과 기타를 담당하는 정순호(대경대학교 실용음악과)는 만 나이로 열여덟 살, 드럼을 맡은 곽준석(고졸 검정고시)은 열일곱 살이다.

어리다고 음악 실력을 얕봐선 곤란하다. 지난달 '우주비행' 등 7곡을 담은 앨범 'Never don't stop' (네버 돈 스탑)을 발표하며 정식 밴드가 됐다. 이번 앨범에 실린 곡 중 '라피스라줄리'는 라라밴드의 자작곡으로 지난해 청소년 밴드 경연대회인 '나스락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휩쓴 상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김유정은 "운이 좋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라라밴드라는 이름으로 세 명이 뭉친 것은 지난해 3월. 대구 청소년 밴드 틈에서 객원 보컬로 활동했던 김유정이 먼저 나서서 팀원을 모았다. "객원 보컬로 있다 보니 소속감이 없어 서러운 게 많았어요. 그래서 '음악이 내 밥줄'이라고 생각하며 음악하는 애들, 제 주변에 있는 애들 위주로 찾았어요. 개개인은 출중한데 잘 안 섞이는 밴드보다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팀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렇게 곽준석과 정순호가 밴드에 합류했고, 푸른색 보석에서 이름을 따 밴드명도 직접 지었다.

끼 있는 10대 밴드의 열정을 눈 여겨본 어른들이 있었다. 라라밴드의 소속사인 티케이 엔터테인먼트는 지역대학인 대경대 실용음악과 유정우 교수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지역에서 재능있는 젊은 뮤지션을 찾고 있었던 그는 라라밴드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이곳 홍보 담당 강승효 이사는 "재작년 대경대 실용음악과 콩쿠르에서 김유정이 베이스 기타 연주로 입상하면서 인연이 됐다"며 "청소년들에게는 대학 진학도 중요한 일이다. 정순호는 지난해 실용음악과에 입학을 했고,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을 보이는 김유정과 곽준석도 같은 학과에 입학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 무대에서 갈고닦은 실력

라라밴드는 '무대 체질'이다. 실력을 갈고닦은 곳은 대구였다. 정순호는 "대구에서 청소년이 설 수 있는 무대는 거의 다 서봤다"고 말했다. 대구 2'28 기념 중앙공원부터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녔고, 컬러풀 대구 축제에서도 실력을 뽐냈다. 누군가 "영천 별빛 축제도 가봤다"고 거들었다.

대구에서 자신감을 쌓은 뒤 찾은 곳은 서울 홍대였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모이는 그곳에서 라라밴드도 무대에 올랐다. 홍대 인디 신(Indie Scene)을 대표하는 클럽 프리버드에서도 공연을 했다. 어린 나이가 장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고 김유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서울에는 정말 잘하는 언니 오빠 밴드들이 많아서 기가 많이 죽었어요. 그런데 언니 오빠들이 '아이고, 귀엽다~ 오프닝 한번 해봐라'며 일부러 무대를 만들어주기도 해 나이 덕을 많이 봤어요. 하하."

활동 반경을 전국으로 넓혔지만 라라밴드는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5월 30일과 6월 1일 열린 음반 발매 쇼케이스를 홍대와 대구 두 군데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유정은 "대구 쇼케이스 때 우리 공연을 보려고 유료로 표를 사서 온 관객이 100명 정도 됐다. 정말 감동받았다"고 좋아했다. 라라밴드는 꿈이 많다. 앞으로 목표가 뭐냐고 묻자 "이런 질문을 받으니 진짜 연예인이 된 것 같다"며 아이처럼 웃는다. 하지만 목표는 그 어떤 성인 밴드보다 다부지다. "방송보다 콘서트로 팬을 만나고, 질로 승부하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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