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우는 남자'배우 장동건

입력 2014-06-12 14:10:37

배우 장동건은 "어렸을 때 영화 '대부' '스카페이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의 영화를 좋아했다"고 털어놓았다. "마음속으로 꼽는 첫째, 둘째, 셋째 영화"다. 오래전부터 동경했던 누아르풍의 영화에 드디어 도전했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누아르 장르의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는데 꽤 시간이 흘러서야 희망 사항을 이루게 됐다. 특히 영화 '아저씨'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에 첫 미팅에서 마음을 홀딱 빼앗겼고, 그 자리에서 "출연하겠다"고 했다.

이달 4일 개봉한 '우는 남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살아가던 킬러 곤(장동건)이 조직의 마지막 명령으로 타깃 모경(김민희)을 만나 임무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정범 감독님의 '열혈남아'나 '아저씨'를 좋아했어요. 우연히 이 감독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앞으로 누아르만 하겠다'고 했어요. 인상 깊었죠. 한 장르에 자신감이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누아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이 사람은 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물론 제가 이 이야기를 하니 감독님은 '나 생각 바뀌었어. 다른 것도 할 거야'라고 했지만요. 하하."

영화는 이 감독의 전작인 '아저씨'와는 다른 소재와 내용인데, 비슷할 것 같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전작의 성공은 좋은 일이었지만, 그 흥행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장동건은 "'우는 남자'가 '아저씨'와 비슷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난 전혀 생각이 다르다"며 "사적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가 비슷할 것 같은데 '그 남자, 흉폭하다'나 '하나비' 등을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이정범 감독은 한 장르에서 장인과 같은 연출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는 "제목이 '우는 남자'라고 해서 의아했다"면서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영화에 대해 점점 알고 나니, 돌직구 같은 남자 이야기라 제목이 괜찮게 다가오더라. 영화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영화는 총기 액션과 맨몸 액션의 비율을 절반씩 섞어 '아저씨'와 차별점을 두려 했다. "총기 액션이 얼마나 잘 전달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준비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셨는지 많은 것을 알고 있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곳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미국 CIA와 FBI에서 훈련받은 교관들에게 교육도 받았죠. 리얼리티를 담으려고 했는데 잘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감독님을 두 번째 만나는 자리에서 모형 권총을 선물 받았는데 침대 옆에 두는 등 항상 가지고 다녔죠."(웃음)

맨몸 액션도 공을 들였다. 촬영 4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물론 2개월 정도 연습한 액션은 물거품이 됐다. "감독님이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아니라고 하더라"며 "곤 캐릭터는 인생을 반성하고 자기 자신과 대결하는 것 같은 감정이 담기는 액션이란 점에서 달라 다시 준비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후반부 액션을 찍다 왼팔 인대가 늘어나 2주가량 손을 못 쓰기도 했다. 하지만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큰 부상은 아니다"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극 중 곤의 문신도 인상 깊다. 장동건은 "영화에서 곤이 킬러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소개되지 않는다. 다만 문신이 그의 삶을 보여주는 장치"라며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증오 등의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멋지다고 하니 문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웃었다.

'우는 남자'는 배우 김민희가 또 다른 축으로 극을 이끈다. 곤을 갈등하게 하는 존재인 모성애 가득한 모경이 김민희가 맡은 역할이다. 장동건은 김민희를 추어올렸다. "민희 씨와는 작품을 처음 해보는 건데, 언젠가부터 깊고 성숙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번에 감정이 깊어야 하고 모성에 대해서 연기를 해야 해서 쉽지 않았을 텐데 굉장히 잘한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그토록 원하던 누아르를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부인 고소영의 반응도 궁금하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 선호하는 걸 신나서 하니 좋아해 주더라"고 웃었다.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하는 장동건과 달리 고소영은 활동이 뜸한 상황이라 남편이 부러울 것 같다. 장동건은 "물리적으로 활동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지난 2월 득녀했기 때문이다.

장동건은 "아내가 아직도 수유 중"이라며 "아내는 책임감이 무척 강하다. 주부로서, 또 엄마로서 해야 할 것을 철두철미하게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는 남편으로서 육아 비법을 알려달라는 말에는 난처해했다. "이것저것 얘기하면 팔불출 같다"고 한 그는 "별다른 건 없다. 여느 사람과 그냥 다 똑같은 것 같다"고만 했다.

벌써 두 아이의 아빠인 장동건. 여전히 미남 배우로 통하는데 아저씨라는 말이 어색할 것 같다고 하자 아니라고 한다. "이제 어린 친구들은 제게 아저씨라고 많이 하는 걸요. 받아들인 지 오래됐어요. 대한민국 대표 미남요? 절대적인 어떤 미가 아니라 일종의 이미지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웃음)

장동건은 외모 평가를 더 받았기 때문에 일부러 거친 역할에 도전하려 했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인데 왜 그랬나 싶다"고 민망해했다. 달라진 건 또 있다. 흥행에 대한 욕심이다. "좋은 평가와 흥행 둘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좋은 평가죠. 하지만 영화의 성패가 일단은 흥행인 것 같아요. 흥행 부담을 안 느끼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부담을 가지고 있었나 봐요. '위험한 관계'도 허진호 감독 연출에 장쯔이, 장백지라는 좋은 배우와 함께했잖아요. 좋았는데 결국 흥행이 안 되면 뭐랄까, 평가를 덜 받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의 팬들은 드라마 '신사의 품격' 속 모습 같은 작품을 또 기다릴 것 같다. 장동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40대 남자를 통해 로맨틱 멜로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기회였잖아요. 그렇게 신선한 기획이 흔하게 나오는 것 같진 않아요. 당연히 좋은 것이 있으면 또 하고 싶죠. 어떤 작품을 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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