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관광 순환 테마열차가 생겼다기에 아내와 오붓한 밤 여행을 즐겨 보자는 마음에 야간테마열차에 몸을 실었다.
포항운하 야간테마열차는 금요일마다 동대구역에서 오후 7시 8분에 출발해 9시 9분 포항역에 도착, 포항운하 배를 타고 포항 야경을 보고 오후 11시 20분에 동대구역으로 출발하는 야간 관광열차로, 2014년 2월 7일부터 첫 운행을 시작한 테마열차라는 걸 신문에서 봤다.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타니 열차에는 연인, 부부, 가족, 동기 모임에서 온 참가자들이 설레는 가슴을 안고 왁자지껄하다. 혼자 가는 사람은 없고, 적게는 둘이 많게는 10여 명이 넘게 모여 밤기차 여행 기분에 들떠 있는 듯하다.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기차가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김밥에 햄버거 등 저녁을 챙겨 먹는 가족팀, 원두커피를 즐기는 연인들, 소주판을 벌이는 모임으로 나누어져 여행 분위기에 젖어 있는데 기차가 서서히 미끄러지듯 출발하자 우리도 과일을 꺼내 먹으며 소곤소곤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대구를 빠져나가 하양, 영천을 지날 때는 비닐하우스에 불을 켜둔 모습이 마치 우리를 위해 밤에 설치 미술을 한 듯 아름다웠고, 통기타를 멘 자원봉사자가 자리를 잡고 '영일만 친구'를 불러줘 포항으로 가는 밤기차는 포항 생각에 잠기게도 하고, 빠른 템포의 노래로 흥을 돋워 주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자원봉사자의 즉석 사회로 팀별 노래자랑이 끝나갈 무렵, 기분을 한층 올려놓고 노랑머리 가발을 쓴 토크쇼 진행자에게 바통을 넘긴다.
'방가방가' '또와또와'로 농담을 하면서 박수치기, 합창하기, 옆사람 어깨 주물러 주기, 박장대소 게임 등이 이어져 한창 재미있는데 벌써 기차는 포항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오늘 테마 열차를 타신 분 모두 모두 포항 야경 잘 보시고 이따가 다시 봅시다"라는 안내방송을 뒤로하고 기차에서 내렸다.
기차에서 내리니 전세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에는 포항운하 관광해설사가 우리를 웃음으로 맞았으며 포항운하와 포항제철소 이야기를 걸쭉하게 풀어내는 사이 버스는 포항운하관에 도착했다. 포항운하 건설에 대한 사진을 보고, 전망대에 올라 포항야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다음에는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폭 5~25m, 길이 1.75m의 국내 최초의 도심 속에 건설된 운하에서 배를 타고 동빈내항의 야경을 보면서 선선한 봄의 밤바다에서 나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밤바다에서 포항제철소와 도심의 야경을 보고 다시 버스에 올라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이동, 영일대 누각에 오르니 또 다른 포항의 밤을 느낄 수 있었다. 영일대를 내려와 포항의 대표 먹거리 과메기 시식회가 우리를 맞는다. 여기서 과메기를 살 수도 있고 소주를 맛볼 수도 있다. 우리 부부는 여기서 지금까지 꼭 잡고 있던 손을 처음 놓았다.
오후 11시 20분 포항역을 출발해 돌아오는 무궁화호 기차 속, 몇 시간의 피로를 핑계 삼아 아내의 어깨에 기대보는 포근함, 이제 몇 시간 후면 집으로 가야 하는 아쉬움에 소주를 한잔 더 비웠다. 소주에 취해서인지 가족의 정을 깊이 느끼고 돌아오는 여행이었다.
안영선(대구시 수성구 청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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