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부메랑

입력 2014-06-12 11:06:59

어디선가 봤던 유머 한 토막이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모든 방면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한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었다. 친구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졸업과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자고 했지만, 그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유인즉슨, 장래 대통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흠이 될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유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생의 확실한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춰 절제하는 자기극복 노력을 칭찬할 수도 있고, 소름끼칠 정도로 계산적인 면을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유머가 아닐까 싶다.

국무총리 지명자 문제로 다시 나라가 시끄럽다. 이전의 안대희 지명자가 전관예우 문제로 자진 사퇴한 데 이어 검증이 진행 중인 문창극 지명자는 글과 언행이 도마에 올랐다. 언론인으로서 우 편향 시각이야 어느 정도 참작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게는 게으른 DNA가 있다'며 국민 전체를 매도하거나,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사고는 국무총리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이다.

특이하게 문창극 지명자는 편향적인 사고가 문제지만, 그동안 대부분 지명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검증 과정에서 재산 형성과 불'탈법 행위로 낙마했다. 임무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따지는 능력 검증보다는 청렴성과 도덕성을 우선해서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은 '황희 정승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를 할 정도로 인물난을 겪었고, 때때로 여론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안대희 전 지명자나 문창극 현 지명자는 평생 법조인과 언론인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행동(말과 글까지 포함한)이 옳다고 생각해 자기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보다 더 분명한 것은, 세월이 흘러 언젠가 대통령이 자신을 국무총리로 지명할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행동의 결과는 이제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문창극 지명자가 이 부메랑을 어떻게 '교묘하게' 피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역량에 달렸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불'탈법은 치죄(治罪)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의 편향은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우리가 여러 차례 경험했던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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