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밀양 상동면 115번 송전탑 부지 현장으로 가는 고답마을은 집집이 텅 빈 채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400m 떨어진 산 중턱 송전탑 현장에서는 몸을 던져 저항하는 주민과 농성장 밖으로 끌어내려는 경찰 사이의 공방 때문에 아수라장이었다. 부지 농성장에는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와 주민, 종교계 등 60여 명이 집결해 있었다.
이날 낮 12시 20분쯤 밀양시와 경찰은 행정대집행 영장을 제시하고 철거작업에 돌입했다. 서로 대치하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부지 현장은 순식간에 울부짖음과 고함이 오가고, 밀고 당기는 몸싸움으로 변했다. 경찰은 약 200여 명을 투입해 인(人)의 장막을 치고 농성장을 에워싼 후 저항하는 주민들을 한 명씩 끌어냈다.
농성 움막 안 일부 주민들은 몸에 쇠사슬을 묶고 저항했지만 금세 제압당했다. 부지 밖으로 끌려나온 주민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혼란스러워했고, 한 주민은 긴 울음을 쏟아내며 몸을 떨었다. 한 주민은 "조상들이 물려준 내 땅을 지키겠다는데 왜 몰아내느냐? 경찰은 자리를 비켜라"며 울부짖었다.
주민들이 밀려나자 공무원들은 농성장 움막 상부 철구조물을 뜯어내고 바닥까지 밀어냈다. 가스레인지, 선풍기, 라면 등 주민들이 사용하던 용품이 주변에 널브러졌다.
이날 고답마을 송전탑 부지 움막철거는 30여 분만에 마무리 됐지만 대치 상황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녀와 시민단체 회원 등 2명이 탈진과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밀양시와 경찰은 이날 오전 부북면 평밭마을(129번 송전탑), 위양마을(127번)에 이어 오후 상동면 고답마을(115번), 단장면 용회마을(101번) 등에 대해 순차적으로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총체적인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행정대집행'이라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이날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주민 6명, 수녀 7명, 연대 시민 1명이 응급 이송됐다. 오늘 자행된 폭력을 잊지 않고, 이 싸움의 진실과 정의를 밝히겠다"고 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가운데 28개 마을과 공사에 합의했으며, 이날 5개 송전탑 부지에 대집행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공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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