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정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은 우리나라와 환경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축구경기는 상대팀과 기량을 겨루는 것이지만 시차, 날씨, 경기장 상태 등 환경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시차에 따른 정상적인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의 혼란은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환경조건이다. 일주기리듬은 약 24시간을 주기로 체온, 수면, 호르몬 활동 등과 같은 생리적 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인간기능의 시계에 해당한다. 그러나 동서의 시간대가 다른 지역(시차를 가진 지역)으로 빠른 속도로 횡단하면 외부의 환경주기와 일주기리듬이 차이를 나타냄으로써 신체적 기능은 혼란을 일으키며 이 때문에 피로현상을 나타낸다. 이런 피로현상은 느린 속도로 이동할 때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제트기와 같이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제트피로(Jet lag)라고도 불린다. 새로운 시간대에 도착하면 그곳 시각에 시계를 맞추는 것처럼 인체기능도 그곳에서의 일주기리듬에 맞추려고 혼란을 겪는 것이다.
시차적응은 개인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데, 최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스포츠과학자들은 해외원정 경기를 준비하는 대표선수들에게 시차 극복을 위한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시차에 적응하려고 지난달 30일 미국 마이애미를 찾아 훈련하고 평가전을 했다. 한국이 18일 첫 경기를 하는 쿠이아바는 13시간, 2'3차전 도시인 포르투 알레그리와 상파울루는 12시간의 시차가 있다. 또 이들 3개 도시는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부터 각각 1천100㎞, 830㎞, 590㎞ 떨어져 있으며 세 곳의 기온은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대표팀은 이동할 때마다 컨디션 조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이애미는 쿠이아바와 시차, 기온, 습도 등이 비슷하므로 사전 적응 장소로 선택됐다. 기온이 높고, 습한 곳에서 뛰면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무더운 여름에도 예외 없이 축구경기는 열린다. 더위 속에서 운동경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체온상승과 이에 따른 체수분의 손실이 병행하게 된다. 체온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과정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이 피부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신체 내부의 열이 피부를 통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더위 속에서 축구와 같은 힘든 운동을 하면 말초 혈류의 활성화만으로 체온상승 방지가 미흡하기 때문에 땀을 흘린다. 땀이 증발되면서 체온을 조절하지만, 습도가 높으면 땀의 증발이 원활치 않아 체온조절이 어렵고 격렬한 운동을 계속하면 체감 피로도가 급증하게 된다. 땀에 의한 수분손실은 체온조절을 위해 어쩔 수 없지만, 수분 손실은 혈액의 양적 손실과 더불어 전해질 손실이 병행해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운동수행의 제한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요인을 극복하려면 수분과 전해질 공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휴식 시간에 머리와 목 부위의 체온을 낮추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머리와 목 부위는 냉각효율이 뛰어난 곳으로 쾌적함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곳이기 때문이다. 흔히 열이 나는 환자에게 이마에 찬 물수건을 얹는 것이나 여름철에 머리에 물을 부으면 가장 시원하게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리는 신체 체표면적의 10%를 차지하지만, 체열 발산은 전체의 20~30%를 나타낸다. 긴 머리카락은 체열의 효율적인 발산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고온에는 축구선수들도 머리를 짧게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조직위에선 선수 보호를 위해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도시의 경기장에 열기를 차단하는 특수 망을 설치했다. 아마존 밀림에 있는 마나우스에서 경기하는 팀은 특별훈련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수시로 사우나 안에 들어가 체력 훈련을 하고, 잉글랜드는 유니폼을 두세 벌 껴입고 뛰고 있다. 한국도 과학적인 체력 훈련을 했으며 피로도 분석을 위한 혈중 젖산농도를 수시로 측정하고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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