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서 10개월간 30건 접수, 11건 생계비 등 긴급 지원
A(58) 씨는 3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혼자 살고 있다. 자식이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오랜 노숙생활로 각종 병을 얻어 걷는 것도 쉽지 않다. 끼니를 걱정할 지경이지만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구청에서 '희망우체통'을 보고 자신의 사연을 적어 넣었다.
A씨의 사연을 본 구청 담당자는 그를 긴급지원 대상자로 판단, 3개월 동안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구청은 A씨를 쪽방촌 대신 복지관 쉼터나 쪽방희망하우스에서 살 수 있도록 거주지 이전도 추진 중이다.
서구청이 마련한 희망우체통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서구청은 지난해 7월 구청과 서구종합사회복지관, 제일종합사회복지관 등 3곳에 희망우체통을 설치했다. 주민이 각종 사연을 엽서에 적어 희망우체통에 넣으면 이를 확인한 뒤 구청에서 긴급 지원하거나 지역 독지가, 후원자 등과 연결해준다. 설치 10개월여 동안 30건의 사연이 접수됐고, 그중 11건에 긴급지원이 이뤄졌다.
B(51) 씨도 희망우체통을 통해 희망을 얻은 경우다. 혼자 사는 B씨는 교통사고로 3년간 병원에 입원하느라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병원비와 간병비로 끌어다 쓴 돈만 6천만원. 정신질환도 앓아 24시간 간호가 필요하지만 가족이라곤 누나 한 명이 전부. 하지만 누나도 B씨를 돌봐줄 형편이 못됐다. 늘 동생이 걱정이던 누나는 어느 날 희망우체통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구청은 B씨에게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금 '사랑비'에서 간병비와 매월 20만원씩 1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구청 내 무료법률상담소가 파산신청까지 도와줬다.
신생아 시절 뇌손상을 입어 간질을 앓았던 C(22) 씨 역시 희망우체통의 도움을 봤다. 지적장애 뇌병변 중복장애 1급인 그는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어 항상 어머니가 곁에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학교는 계속 다니고 싶어했다. 문제는 학비를 낼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학업을 포기하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동 주민센터 직원이 희망우체통을 두드렸다. 구청은 그에게 매월 10만원씩 1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어머니가 병간호로 고생하는 것을 안타깝게 본 직원들이 활동보조인 서비스도 연계해줘 어머니는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구청은 희망우체통이 주민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고 보고, 희망우체통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김광연 서구청 주민생활지원과장은 "희망우체통은 일종의 복지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나 공무원들이 찾아내지 못한 복지사각의 보완 창구 역할을 한다"며 "앞으로는 생계 지원뿐 아니라 파산 신청, 전세임대 보증금, 이사 지원금 등의 서비스도 추가해 종합복지서비스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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