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은 오롯이 희생의 과정이다. 엄마는 배 속의 아이를 위해 거의 모든 걸 양보한다. 태아는 엄마의 혈압을 높이고 혈류량을 조절해 영양분을 가져간다. 임신부의 몸속 에스트로겐은 100배가 늘고 달걀만 하던 자궁은 500배나 커진다. 아이를 낳기 쉽도록 골반과 인대가 부드러워지는 대신 관절이 약해진다.
아이를 출산하면 엄마의 몸은 임신 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의학적으로 산욕기라고 부르는 산후조리기간은 보통 6~8주다. 한껏 늘어난 자궁이 제 크기를 되찾고 부드럽던 관절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기간이다. 산후조리는 이 기간 동안 적절한 휴식과 안정을 통해 임신과 출산으로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과정이다. 적절한 산후관리는 산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예방하고 빠르게 신체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다.
◆고른 영양, 가벼운 운동 도움
출산 직후라고 까다롭게 음식을 가릴 필요는 없다. 어떤 음식이든 골고루 먹어 고르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만 직후에는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너무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나 단 음식, 차가운 음식은 피한다.
산모가 흔히 먹는 미역은 요오드와 칼슘, 무기질이 풍부하고 젖이 잘 나오도록 돕는다. 그렇다고 삼시 세 끼 미역국만 먹을 필요는 없다. 하루 한 끼 정도는 미역국을 먹더라도 다른 끼니에는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게 낫다. 무잎과 연뿌리, 쑥, 육류, 달걀 등과 상추, 당근 등 녹황색 채소, 팥, 찹쌀, 검은콩 등도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이다. 빈혈이 있는 산모는 철분이 풍부한 쇠고기와 간, 시금치 등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운동은 산후회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산후 4~8시간 후부터 천천히 걷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하면 임신기간 동안 이완됐던 관절부위에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스트레칭이나 체조,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몸에 부담되지 않는 범위의 움직임부터 시작해 점차 늘려가되, 몸에 무리가 가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샤워는 하루이틀 뒤면 할 수 있어
출산 후 목욕은 24~48시간이 지나면 가능하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되 10분 이내가 적당하다. '출산 후에는 머리감기나 목욕을 하면 안 된다'는 옛말은 지금은 맞지 않는 얘기다. 목욕 문화가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추운 곳에서 씻어야 하는데다 찢어진 회음부에 감염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나온 속설이다. 출산 후에는 오로나 땀 등 분비물 배출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몸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
제왕절개를 한 경우는 출산 일주일 후 실밥을 뽑은 다음에 샤워가 가능하다. 그 사이에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준다. 욕조 목욕은 산후 6주가 지난 후부터 하고, 대중목욕탕은 3개월 정도 지난 후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부부관계도 자궁과 질이 회복되는 4~6주 뒤에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위, 억지로 참지 마세요
과거와는 생활방식이나 환경이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전통 산후조리법을 고수하는 이들도 있다. '산모는 뜨끈뜨끈한 방에서 땀을 내야 한다'는 속설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에도 난방을 하고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산후에 적당히 땀을 내주면 산후 비만과 부종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 옷은 땀 흡수가 잘되는 면 소재를 입고 수시로 닦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방을 너무 덥게 하고 땀을 많이 흘리면 쇠약해진 산모가 더욱 힘이 빠지고 탈진 상태가 되기 쉽다. 따라서 일반인도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온도에서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 방의 온도는 21~22℃, 습도는 40~60%가 적당하다. 찬바람을 몸에 직접 맞지 않고 체온만 유지한다면 에어컨을 틀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한 달 동안은 움직이지 말고 누워 있는 게 좋다'는 말도 근거가 없다. 과거에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오히려 산후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가벼운 운동이 늘어났던 근육과 관절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열나고, 피로 계속되면 진찰받아야
산후에 가장 쉽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은 감염과 관절 질환이다. 출산으로 골반뼈와 인대, 관절이 늘어난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아이를 너무 심하게 안고 있으면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산욕열이 날 때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산욕열은 산후 2주 이내에 체온이 38.5도 이상 오르는 경우를 말한다. '젖몸살'이라 부르는 유선염이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드물게는 방광염이나 콩팥에 염증이 생기는 신우신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신우신염에 걸리면 옆구리가 아프고 온몸에 한기가 드는 증상이 나타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도 피로감과 노곤한 증상이 이어지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산후에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와 스트레스, 양육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며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우울감은 출산 후 3~5일 사이에 시작되며 산모의 30~75%가 겪는 흔한 증상이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며칠 뒤면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각한 산후 우울증이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4~6주 사이에 우울한 기분이나 불안감, 불면, 의욕 저하, 죄책감 등을 겪는 증상을 말한다. 산모 중 10~15% 정도가 증상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수년 동안 산후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 신세계여성병원 윤확 원장은 "산후 우울증을 잘 치료하려면 가족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특히 남편의 격려는 아내를 기쁘게 하는 가장 좋은 치료제"라고 말했다.
도움말 신세계여성병원 윤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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