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틀린 것과 다른 것

입력 2014-06-07 11:25:34

사람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MBTI 성격 유형 검사'라는 것이 있다. 필자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공부했고, 중급 강사 자격을 갖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MBTI 성격 유형 검사의 핵심적인 내용은 사람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서로의 성격이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할 때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가 생긴다. 필자가 MBTI 성격 유형 검사 공부를 하면서 얻게 된 유익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다른 그 사람의 성격과 그에 따른 표현방식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중지능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하버드 대학의 발달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이론인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알면 큰 도움이 된다.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지능은 서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지능은 학습지능인 IQ인데 학습지능 외에도 운동지능, 언어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등과 같은 지능이 있다. 이런 지능에 따라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도 서로 달라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공부 잘하는 사람뿐 아니라 운동 잘하는 사람과 예술가도 필요하다. 모두가 공부 잘할 수 없고 공부 잘하는 사람만 있으면 우리 사회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난 직후 개표 방송을 보니 우리나라 지도가 여당과 야당을 표시하는 두 가지 색으로 확연하게 나뉘어 있었다. 이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가지 색으로 표시되기도 한다. 두 가지 색으로 나뉜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서 두 가지 색이 고루 섞여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여당은 다 옳고 야당은 다 틀렸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고, 반대로 여당은 다 틀렸고 야당은 다 옳다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보수는 다 옳고 진보는 다 틀렸다고 할 수 없으며, 보수는 다 틀렸고 진보는 다 옳다고도 할 수 없다. 100% 옳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의 영역이다. 우리나라가 혼란스러운 것은 여당이나 야당, 보수나 진보 때문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고 다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안내를 하는 사람의 설명을 들으니 빌딩을 건축할 때 비슷한 모양으로는 지을 수 없게 법으로 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빌딩들은 모두 각기 다른 개성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층아파트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제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다. 서로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로 틀렸다고 비난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새로운 창조의 역사가 일어나고 우리나라와 사회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승현 대구평강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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