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산업용' 전환, 부지난이 걸림돌

입력 2014-06-06 10:24:05

'오염업종' 인식 여전…산업단지마다 "공장 지을 땅 못줍니다"

대구 지역 섬유업계가 '산업용 섬유'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작 신설비를 둘 부지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대표 산업용 섬유 업체인 (주)보우는 최근 회사의 사활이 걸린 공장 이전 문제로 골머리가 아프다. 7년의 연구 끝에 수입산을 대체할 제품을 개발했지만 생산라인을 설치할 부지가 없어서다.

보우는 골판지 종이제품의 제조설비인 '콜루게이터(Corrugator)'에 사용하는 산업용 벨트 '싱글페이서 벨트'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일본산 싱글페이서 벨트를 수입해왔다. 보우 권진현 실장은 "싱글페이서 벨트는 높은 압력에서도 충분한 강도를 가지고 종이를 빠르게 이송시켜 골판지를 만들어내는데 꼭 필요한 부속품"이라며 "한장 당 5천만~7천만원에 달하지만 3~6개월마다 교체해야는 소모성 부품이어서 국산화에 성공하면 그만큼 시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국내 골판지 생산 기업의 채산성도 나아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싱글페이서 벨트를 생산할 '장소'가 없다는 것. 보우 관계자는 "2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새로 짓고 사람도 뽑고 생산라인도 추가할 예정이지만 땅이 없다"며 "이러다가는 새 제품과 우리의 기술이 빛도 못볼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보우는 성서산업단지 내 기존 공장(6천600㎡)을 처분하고 달성군의 대구테크노폴리스에 1만6천500㎡(5천평) 규모의 땅을 분양 받고자 대구시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신청접수를 완료했다. 하지만 쉽사리 분양을 확정받지 못해 애간장이 타고 있다. 행여나 시와 경자청이 '섬유'를 낡은 것으로 보고 분양 대상에서 제외할까하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경자청 관계자는 "이번에 분양하는 9개 필지 가운데 섬유업종은 오염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1개 필지를 분양받는다"며 "때문에 지원한 동종업종 가운데 가장 우수한 업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섬유업체 한 대표는 "9개 필지 가운데 자동차 및 기계는 5개, 전기전자가 3개 필지를 분양 받는데 왜 섬유가 1개 밖에 안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섬유는 '낡은것', '오염업종'이라는 인식을 좀 바꿨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구국가산업단지에도 섬유업종의 입주 제한으로 업계의 반발이 일어난 바 있다. 대구국가산단 입주 가능 업종도 대구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인근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부산과 경남의 반발을 우려해 오염 가능성이 높다며 섬유 업종의 입주는 제한하고 차세대 전자'통신, 첨단기계, 미래형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종만 받기로 했다.

산업용 섬유 전환을 준비하는 업체들은 국가산단처럼 섬유업종이 부지 확보를 못할 수 있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일반 섬유와 산업용 섬유는 생산 방식에서부터 다르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전면적으로 교체하거나 추가 설치해야 한다. 그만큼 부지가 필요하다"며 "이미 대구 지역의 공장 부지가 한계인 상황에서 국가산단이나 테크노폴리스 등 신규 지역에 산업용 섬유 업체의 입주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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