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유병언 씨의 십자가

입력 2014-06-06 10:34:56

3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 그 한가운데에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씨가 있다.

유 씨는 스물한 살 때인 1962년에 외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선교학교에 1기생 11명 중의 한 사람으로 입학했으며, 장인이 된 권신찬 목사와 함께 1965년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를 세웠고, 1981년에는 이 기독교복음침례회를 문공부에 등록하였다. 유 씨는 "기업이 곧 교회"라는 신념으로 목사이자 사업가로 변신하여 삼우트레이딩과 주식회사 세모를 운영하였다.

위키백과에서 유병언 씨를 찾아보면 이런 정보가 비교적 소상히 나온다. 거기엔 그를 종교지도자, 사업가, 발명가, 아해로 알려진 사진작가로 소개하고, 또 그의 교회를 예수교장로회에서는 '컬트'로 판정했다는 것도 전한다. 우리가 이단이라고 말한 것을 영어권에서는 '컬트'라고 부른 것이다. 컬트라고 부른 것은 구원파의 교리가 기존 개신교회의 교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교회에서 대부분 회개를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구원파에서는 이미 예수의 보혈로 과거, 현재, 미래의 죄가 단번에 영원히 용서받았음을 깨달을 것을 강조한다.

그 사이트에는 유 씨의 저서도 소개하는데, 신학 저서가 다섯 권이고 사진작품집이 네 권이다. 그의 저서는 10개 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인들이 다 읽고 있다고 하면서 영어판 저서는 다 올려놓았다. 거기서 유 씨는 '구원'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구원'은 이 세상에서 착한 일 많이 하는 것과는 관계없다고 한다. 구원은 믿음으로 얻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 영적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영원한 용서를 받으므로 회개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한다. 그리스도가 재림해서도 그의 자녀는 죄가 있더라도 더 이상 벌 받지 않고 오히려 보상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의 죄는 2000년 주 예수가 모두 용서하여 그의 피가 이미 우리의 양심을 적시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교리를 설명하는 그의 문체와 논리는 비단 같고 글의 목소리는 자애로운 스승처럼 조곤조곤하다. 이 저자 소개에서 "내가 아무의 은이나 금이나 의복을 탐하지 아니하였다"는 사도행전의 바울의 말을 인용한다. 유 씨는 한 번도 남의 재산이나 의복을 탐내 본 적이 없었던 사도 바울의 마음과 같다는 뜻이다. 그는 참으로 존경할 만한 '깨끗한' 지도자이며 사도 바울과 같은 반열임을 암시한다. 이 점은 검찰이 구원파 신도들에게 그의 행적을 캐물었을 때 그들이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되기 싫다"며 그를 그리스도와 같은 인물로 여기는 데서도 읽을 수 있었다. AFP통신에서도 그는 반(半) 신(神)과 같은 성스런 존재라고 하였다.

그러나 검찰에서 보는 시각은 그것과 정반대이다. 그는 이미 1천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세월호의 침몰 가능성을 지적했을 때도 눈을 감았으며, 자신의 사진 전시실을 위해 세월호의 증개축을 지시했으며, 매달 회장의 봉급으로 1천100만 원을 챙겨 갔다고 한다.

그는 설사 처벌을 받더라도 이미 구원받은 영혼이므로 회개가 필요 없고, 더더구나 지옥에 떨어질 이유가 없다. 그것이 그가 평생 설교한 교리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을 곧이 믿고 따르고 있다. 이제 그의 차례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몸으로 이 교리를 실증해야 한다. 도망 다니는 것은 자기 교리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십자가를 지고 우리 바리새인들에게 구원 받은 자의 영광이 어떤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만약 그의 행동이 잡범의 행동처럼 비루하다면, 누가 그의 교회에 가겠으며, 누가 그를 혹세무민하지 않았다고 변호해 주겠는가.

어찌 보면 유 씨 같은 종교지도자는 우리 신앙인들이 만든 산물이다. 우리가 바른 생각, 바른 믿음만 가졌다면 초인적 카리스마에 가려진 인간의 비열한 탐욕을 지나쳤을 리 없다. 믿음을 가장하고 사욕 채우기에 급급한 종교인이 어찌 구원파에만 있겠는가. 비단 같은 논리와 해박한 지식은 300명이 넘는 수중원혼을 피해가기 위한 준비된 위장술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떳떳이 나타나 그의 혐의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박재열/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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