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대구 달서구 장기동)는 디자인 전문 기업에서 시작해 각종 섬유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디자인이 경쟁력이다'는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전통'을 소재로 한 다양한 산업디자인에서부터 넥타이와 스카프, 레깅스 등 각종 섬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디자인 강점을 제품화
빗살무늬가 탄생한 것은 2000년 정순식 대표가 '디자인'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면서다. 섬유 염색에 쓰이는 약품을 유통판매했던 정 대표는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날염 방식과 기술, 시스템을 알게 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다른 일을 찾던 중 '전통문화, 문양을 소재로 디자인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였지만 도전해봤다"고 말했다.
'전통'을 중시했던 정 대표는 디자인 업체 이름을 '빗살무늬'로 정했다. 우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가장 먼저 '디자인'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 '빗살무늬'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전통이 담겨 있는 문화상품을 창조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빗살무늬는 산업디자인 전문이었다. 수요자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상품 디자인에서부터 로고 등의 디자인을 제작했다. 기업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서포터 역할이었다. 빗살무늬가 자신만의 제품을 도입한 것은 2001년 '섬유'와 결합하면서다.
정 대표는 "우리가 만든 디자인이 종이에 출력되는 것을 보면서 '종이 대신 원단을 넣어 출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날염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터라 당시 많이 알려지지 않던 디지털날염(DTP)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실사출력기에 일본에서 들여온 특수 잉크를 넣어 원단에 디자인을 입혔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원하는 디자인이 입혀진 원단이 완성됐다.
정 대표는 '이거다' 하고 곧바로 산업디자인과 함께 '섬유' 부서를 만들었다.
◆전통 문양에 집중한 소재
빗살무늬의 강점은 10년 넘게 '전통 문양'을 소재로 한 '틈새'와 '경험'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통문양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현대화하면서 각종 디자인에 적용한 빗살무늬는 눈에 띄었다. 정 대표는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면서 '전통'의 느낌을 살린 덕에 여러 공모전에서 입상도 하고 관공서 등에서도 우리를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실제 회사는 전통문양으로 2003년 제1회 국가상징디자인공모전에서 입상을 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손수건을 디자인했으며 지난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도 빗살무늬의 전통 디자인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2010년 경북도의 독도기념품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회사 능력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정 대표는 "지금도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독도 디자인 제품이다"고 말했다.
섬유업계에 몸담았던 정 대표의 '경험'도 하나의 무기다. 디지털날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섬유 제품을 직접 제작, 판매까지 하게 된 것도 다 이 경험 덕분이다. 정 대표는 "2001년 DTP를 할 당시에는 대부분 아날로그식 염색을 하고 있었다"며 "현재 우리는 DTP를 일찍 도입한 덕분에 깨끗한 환경에서 원단을 만들어내고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화학약품과 큰 규모의 설비를 들여서 해야 하는 염색과 달리 DTP는 대형 실사출력기와 특수 잉크만 있으면 원하는 디자인을 원단에 입힐 수 있다.
빗살무늬는 섬유 제품에 도전하면서 여러 분야가 아닌 '선택과 집중' 전략도 펼쳤다. 고부가가치를 이끌 수 있는 '실크' 원단을 이용해 넥타이와 스카프를 생산한 것. 정 대표는 "전통 문양을 적용하면서 고급스러움을 살릴 수 있는 품목이 넥타이와 스카프이다"며 "주 이용층 역시 전통 무늬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장보다 캐주얼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넥타이 문화가 줄어들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스포츠 소품으로 전환도 시도 중이다. 이에 따라 원단 소재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소재와 관련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회사는 ▷디자인개발 ▷소재개발 ▷마케팅 등 3부서로 구성돼 있다. 소재개발의 경우 상품 디자인에 맞는 소재를 만들어내고 기능성 가공 등을 담당할 뿐 아니라 소재 개발에서 봉제까지 협업할 업체를 발굴해낸다.
빗살무늬의 제품은 그 품질을 인정받아 동대구역과 서울역의 중소기업 제품관인 '명품마루'에 입점했을 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 기념품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정 대표는 "전통을 살린 전략이 이제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빗살무늬'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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