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봉봉 인형극단 단장 최중희 씨

입력 2014-06-05 14:04:13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웃음 전하는 '중팔이 아저씨'

반짝이 옷을 입고 줄에 매달려 있는 '봉팔이'는 노래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참 익살스럽다. 그다음에 등장한 '중팔이'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흥분했는지 머리 위 가발이 훌러덩 벗겨져 올라가 버렸다. 봉팔이와 중팔이는 '봉봉 인형극단'의 단장이자 유일한 단원인 최중희(53) 씨가 만든 마리오네트 인형들이다. 최 씨는 봉팔이와 중팔이를 데리고 한바탕 기자를 웃게 한 뒤 인터뷰를 시작했다.

◆"처음 본 공연에 필이 꽃혔죠"

'마리오네트'란 인형의 마디마디를 실로 묶어 사람이 위에서 조정해 연출하는 인형극이다. 최 씨가 마리오네트 공연을 시작한 건 1년 5개월 정도다. 공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한 공연을 보고 나서였다.

"우리나라 색소폰 대가이신 한국색소폰협회 김원용 회장님이 대구의 아마추어 연주자를 위해 딱 하루 무료 강의를 한다고 해서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막간 공연 식으로 마리오네트 공연을 보여주더군요. 보고 나니까 딱 '필'이 오더군요. '해 보면 재미있겠다'라고요."

그 공연을 보고 최 씨는 두 달 동안 마리오네트 제작에 매달렸다. 독학으로 배워 몇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수많은 실패 끝에 지난해 1월에 나온 첫 작품이 바로 기자 앞에서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었던 '봉팔이'였다.

◆어른들이 더 재미있어하는 인형극

최 씨가 지금까지 만든 마리오네트 인형 캐릭터는 10개쯤 된다. 봉팔이를 시작으로 여성 캐릭터인 '봉숙이', 최 씨의 얼굴을 그대로 빼다박은 '중팔이'도 인기가 많다.

익숙해 보이는 얼굴의 인형도 있었다.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악동뮤지션' 친구들도 마리오네트로 만들어 봤어요. 'K팝 스타 시즌2'에 나온 악동뮤지션의 모습을 보고 '어린 관객들이 좋아하겠다' 싶어 바로 만들었지요. 확실히 초등학교나 유치원에 이 녀석들 데리고 공연을 하면 인기가 많아요."

최 씨는 주로 교회, 경로당, 유치원 등을 다니며 마리오네트 인형의 재롱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빙의되다시피 해서 보여주는 그의 공연에 사람들은 웃고 운다. 교회에서는 찬송가 위주로, 경로당에는 트로트 위주로 음악을 트는 등 공연하는 장소에 따라 레퍼토리에 조금씩 변화가 있다.

"제가 할머니 인형을 들고 한 장애인 시설에 공연을 갔을 때였어요. 정신지체장애인 앞에서 공연을 했는데, 할머니 인형을 들고 나오면서 '에잉, 요즘 애들은 어른을 봐도 인사도 안 하고 버릇이 없어'라고 연기를 했더니 제일 앞에 앉은 관객이 갑자기 일어서서는 '안녕하세요'라며 큰 소리로 90도로 인사를 했어요. 그 순간 공연장이 웃음바다가 됐죠."

◆내 속에 있는 끼, 숨길 수 없어

최 씨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예능 분야에 끼가 많다"고 말한다. 최 씨는 한때 교회에서 공연을 통해 선교를 하는 동아리를 꾸린 적도 있다. 또 악기를 배우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아내가 '당신은 취미가 너무 많다'며 타박할 때도 있지만 인형극을 할 때 옆에서 음악을 틀어줘 든든한 힘이 되고 있지요."

하지만 최 씨는 본인 입으로 '트리플 A형'이라고 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소심한 성격이라면 수십 개에서 수만 개의 눈이 자신만을 바라보는 '무대 위에서의 공연'은 꿈도 못 꿀 법한데 최 씨는 이를 즐기고 있다.

최 씨는 이에 대해 "아무래도 젊은 시절부터 교회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해온 게 소심한 성격 극복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교회 아동부를 담당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차분하게 만들 수 있는지 방법을 터득한 것이 인형극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사실 최 씨의 본업은 현수막과 광고물 제작이다. 최 씨는 선거 유세기간 중이라 일이 몰려 공연을 잠시 미루고 있지만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공연을 계속할 것이고 만들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인형으로 만들어 관객 앞에 선보일 생각이다.

극단 이름이 왜 '봉봉 인형극단'인지 물어보자 광고를 오래 해 본 사람의 내공이 느껴지는 답이 나왔다.

"단순하고 외우기 쉽잖아요. 원래 쉽고 단순한 게 머릿속에 오래 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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