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참여마당] 수필-인기짱

입력 2014-06-05 14:07:28

4교시 마침 벨이 울리고 5학년 다빈이가 쓰레기 봉지를 들고 분리수거대 앞에 다다라 분리수거를 하던 중 교실 1층에서 5층까지 난리가 났습니다.

분리수거함에 쓰레기를 분리하던 중 수거함 안에 생쥐 한 마리가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생쥐는 아이들이 먹다 남은 요구르트병에서 단물을 빨아먹고 있다가 다빈이가 던지는 플라스틱 병에 놀라 도망을 친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다빈이는 기겁을 하고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어요. 전 교실마다 학생들이 창문을 열고 "하하하, 킬킬" 난리가 났어요. 현장에 도착해보니 생쥐는 이미 피해버렸고 다빈이는 질색을 하고 쪼그리고 앉아 도움을 청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지킴이 선생님이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고 타일러 교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 이후로 학생들은 분리수거대에 갈 때마다 저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습니다. 분리수거를 잘 행함으로써 재활용과 환경 위생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지구 환경을 살리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하교할 때마다 학생들은 저에게 요구가 많았습니다. 다빈이 생쥐를 꼭 잡아야 된다고. "그래, 기회를 봐서 내가 꼭 생포를 할 것이다." 저는 큰소리를 쳤습니다만, 사실 자신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식당에서 참치찌개 메뉴가 나왔습니다. '아차, 이제 때가 왔구나!' 생각을 했어요. 분리수거함에 참치 깡통이 있을 것이고, 생쥐는 그 참치를 좋아할 것이다. 그러면 빈 깡통을 발견하면 생쥐를 생포할 수 있겠지. 나는 다빈이와 학생들 앞에 큰소리를 칠 수 있겠지.'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점심을 마치고 분리수거함을 일일이 살펴보는 과정 속에서 첫 번째 통에 다빈이를 놀라게 했던 범인이 참치 찌꺼기를 먹고 있었습니다. 숨을 죽이고 두 손으로 빈 참치 깡통 뚜껑을 닫고 분리수거대에서 생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후로 등하굣길에 저는 인기 짱이였어요. 약속을 지켜주었으니까요. 등하굣길이면 아이들은 짝을 지어 내 곁을 지나면서 "지킴이 선생님 짱!"이라고 놀리는 겸, 반기는 겸 한마디씩 던지고 지나갑니다. 그래도 저는 기분이 좋았어요. 약속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나이는 들었어도 배움터 울타리 속에서 오늘도 내일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지요.

김용기(대구 달서구 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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