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6·25 실향민, 홀로 지내다 주검으로

입력 2014-05-31 08:56:59

야산서 수습 1,2개월 전 숨진 듯

6'25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와 가족 없이 외롭게 살아온 8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9일 오후 2시 40분쯤 대구 동구 옻골로 뒷산에서 A(82'대구 동구 방촌동) 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6'25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와 혼자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남한으로 내려온 뒤에도 60년 넘게 가정을 꾸리지 않고 외롭게 살아왔다. 뇌병변 3급 장애를 앓은 A씨는 다리를 저는 등 몸도 불편했다. 이 때문에 특별한 직업 없이 매달 받는 기초생활비 48만원과 장애수당 3만원으로 살아왔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1천만원을 통장에 저금할 정도로 평소 검소하게 지내며 돈을 아껴 썼다.

연고가 없는 남한에서 그는 변변한 친구도 없이 살았다. 1주일에 한 번씩 안부 방문을 하고 밑반찬을 챙기는 주민센터와 복지관 사람들이 유일한 말벗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중순 3, 4일 동안 A씨가 집에서 보이지 않자 복지센터 사회복지사가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집 주변을 수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결국 외진 야산 중턱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한 지 1~2개월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촌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는 "빨래와 청소를 하려고 하면 싫어할 정도로 외부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렸다"며 "가족 하나 없이 아픈 몸으로 생활해왔는데 시신마저 오랜 시간 방치돼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A씨의 시신은 무연고로 분류돼 동구청에서 인도를 받아 장례와 화장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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