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잊지 말자" 말보다 무거운 '침묵행진'

입력 2014-05-31 08:58:34

대구 젊은이 12명 참여 "참사 우리 모두의 문제 되풀이하지 말아야"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대구의 젊은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며 거리로 나와 '침묵'의 행진을 펼쳤다. 30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복현동 경북대학교 북문 앞. 20대 남녀 12명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흰색 마스크를 낀 채 '가만히 있으라'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이들은 15분쯤 뒤 경북대 북문에서 출발해 인문대학과 중앙도서관, 연못 일청담 등을 거쳐 다시 북문에 이르는 행진을 했다. 35℃에 이르는 무더위에 땀을 비 오듯 흘렸으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번 침묵 행진은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던 김민정(28) 씨가 경북대에 벽보를 붙이고 청와대와 경북대의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에 참가자 모집 게시물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김 씨의 글을 보고 행진에 참가했다는 엄태현(26) 씨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만들고 있는데 음악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시위에 나와서 몸소 행동하고 싶었다"고 했다. 경북대 경상대학에 다니는 윤모(25) 씨도 "대학 졸업반이라서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는 내 앞길 챙기기에 바빠 타인에게 무관심했다"며 "힘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작은 움직임을 보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행진 동안 마주친 200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은 독특한 차림과 이들이 든 종이의 글귀를 보면서 행진의 의미를 되새겼다. 10여 명의 고등학생은 언니 오빠들의 행진에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성운(25) 씨는 "세월호 때문에 서울에서 시위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대구에서도 이런 걸 하나 싶어 신기했다"며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대학생들이 당연히 나서서 알릴 일"이라고 했다.

행진을 제안한 김민정 씨는 "가벼운 종이 한 장 들고 말없이 걸었지만 메시지는 종이 한 장 무게에 그치지 않는다"며 "언제 어디서라도 사고는 일어나기 때문에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여기며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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