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 국회의원들의 무능, 무사안일 그리고 배임

입력 2014-05-30 10:43:52

새누리당이 28일 신공항 후보지의 하나인 부산 가덕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힘을 실어준 것을 대구 국회의원들은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런 행사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을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도 그랬는지 사전에 막지 못했다. 몰라서 막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막지 않았다면 자신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지역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배임(背任)이다.

'가덕도 사태'에 대한 지역 국회의원의 대응이라고는 29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더 이상 선거 국면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밋밋하기 짝이 없는 성명서 한 장 달랑 낭독한 것뿐이었다. 그것도 중앙당 행사인 것을 부산시당 차원의 회의라고 속이기까지 했다. 매일신문의 현장 취재가 아니었다면 대구시민은 이런 거짓말에 속을 뻔했다. 무능, 무사안일에다 정직하지도 않은 이런 국회의원들이 계속 '국회의원질'을 하도록 둬야 하는지 깊은 회의가 든다.

더 어이없는 것은 "새누리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와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선거 승리를 위한 노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며 오늘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합니다"라는 성명서 문구다. 중앙당 선대위와 부산시당 선대위의 선거 승리 노력의 중심에는 당연히 '가덕도 회의'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문구는 형용의 모순이다. 가덕도 회의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그런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니 말이다. 당 지도부의 심기도 건드리지 않고, 대구시민의 비판도 모면해보려는 얄팍한 꼼수가 그대로 읽힌다.

가덕도 사태를 대하는 대구 국회의원들의 자세는 어떤 생각이 그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것은 개인적 영달을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일 뿐이다.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지역의 이익을 지키려는 의지는 없다는 것이다. 대구가 정체와 퇴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인들은 펄쩍 뛰겠지만 드러난 현상은 그들의 부정을 부정한다. 대구는 새누리당을 사랑했지만 새누리당이 보답한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구 국회의원이 가덕도 회의를 막지 못한 것은 이상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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