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전교생 29명 고령 우곡초교 학생들

입력 2014-05-29 14:23:54

◆한 학년 2~7명 '미니 학교'…그래도 우린 '육상짱'

전교생이 29명밖에 안 되는 시골 초등학교 학생들이 기적을 일궈냈다. 반란의 주인공은 우곡초등학교(고령군 우곡면 객기나루길) 학생들. 21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이달 14일 열린 제20회 교육장기타기육상대회에서 초등부 2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전교생이 우승 주인공

이번 대회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학생은 박정미(10) 양이다. 정미 양은 이 학교 육상 에이스로 4학년 100m와 멀리뛰기에 출전해 각각 1위를 거머쥐었다. "그냥 덤덤해요. 1위 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두 종목에서 우승해 기분이 좋아요."

박현재 체육담당교사는 "정미 양은 '두 종목밖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더라면 더 많은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낼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곽아림(12) 양도 6학년 100m와 200m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역시 우승은 기분을 좋게 해요. 다음에는 멀리뛰기와 높이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림 양은 육상뿐만 아니라 합기도(1단)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회에 출전해 일등도 했는데요. 장래 합기도 선수가 돼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정미 양과 같은 학년인 김정남(10) 양은 4학년 200m와 5학년 100m에 출전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정남 양은 5학년(저학년으로서 고학년 출전 가능) 언니들과 겨룬 100m에서 우승해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시 일등하면 신나요.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대견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남 양에게 '정미 양과 경쟁하면 누가 잘 뛰냐'고 묻자 바로 손사래를 친다. "정미는 같은 학년이지만 이길 수 없어요. 너무 빨라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마 힘들 것 같아요. 정미만 피하면 일등할 수 있어요." 옆에 있던 정미 양은 그냥 빙그레 웃었다.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한 김연광(7) 군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광 군은 또 4~6학년 형들이 출전하는 미니 마라톤 1㎞에도 출전해 등수에는 들지 못했지만 완주했다. 연광 군은 "힘들었어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조금만 더 가면 완주할 수 있다고 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었어요. 올해는 일등 못했지만 내년엔 꼭 일등할 거예요" 라고 했다.

◆우승 비결

이 학교는 학생 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적어 선수를 따로 선발할 수 없었다. 대회를 앞두고 따로 연습도 하지 않았다. 아침과 점심 시간을 이용했다. 전원이 아침과 점심 시간을 이용해 파트별로 나눠 즐겁게 뛰어놀았다. 출전하지 않는 학생들도 줄넘기와 게임놀이를 하면서 함께 운동했다. 박 교사는 "작은 학교라 선수층도 얇다기보다 부족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체육 기본기를 익히는 수준으로 지도했다"고 했다.

장동현 교감은 "이번 우승은 선수를 선발해 출전한 게 아니라 전교생이 모두 참가해 일궈낸 우리 모두의 승리"라며 "선생님과 가르침을 잘 따라준 학생들이 고맙다" 했다.

◆전교생 29명 미니 학교

우곡초교는 전교생이 29명(1학년 6, 2학년 6, 3학년 2, 4학년 7, 5학년 4, 6학년 4명)인 미니 학교다. 여자(16명)가 남자(13명)에 비해 3명이나 더 많다. 다문화가정 아이도 절반(14명)이나 된다. 이번 대회에 21명(6학년 4, 5학년 4, 4학년 7, 3학년 1, 2학년 4, 1학년 1명)이 출전했다.

박 교사는 "대회 규정때문에 전원이 출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성적을 떠나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인데…. 멀리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배민주(7) 양은 출전한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했다. "내년엔 꼭 출전하고 싶어요. 멀리뛰기에 출전해 하늘로 붕 날아서 멀리 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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