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빙수] 빙수의 극과 극

입력 2014-05-29 13:58:30

열대과일이 통째로 화려한 '토핑' 가격도 헉!

빙수의 양극화 시대다. 날씨가 더워짐과 동시에 카페마다 맛과 멋을 살린 빙수를 내놓는다. 화려한 '몸값'을 자랑하는 빙수가 있는 반면 옛날 맛과 옛날 가격까지 살린 빙수도 있다.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빙수에서부터 옛날 그대로의 맛과 가격을 되살린 빙수에 이르기까지, 두 극단을 들여다봤다.

◆고급 과일 빙수

대구시 남구 대봉동 한 가게에서는 생과일 그대로의 맛을 살린 빙수를 맛볼 수 있다. 빙수에 들어가는 과일이라고 해서 잘게 썬 '과일 토핑'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접시를 한 가득 채우고 있는 과일과 생과일을 졸여 만든 시럽이 곁들여져 나온 고급 과일빙수다.

빙수에 얼리지 않은 과일을 사용해 원재료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망고빙수에는 태국산 생망고를 사용했다. 냉동 망고와는 달리 망고의 부드러운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딸기 빙수에 들어간 딸기는 여러 품종 중 하나인 육보 딸기다. 이 역시 얼리지 않은 딸기라 빙수를 먹으며 딸기의 깊은 단내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빙수의 가격은 1만4천800원. 가격이 아니라 '몸값'이라 불러도 될 만한 가격이다. 하지만 값이 비싼 만큼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김수지(24) 씨는 "비싸지만 한 그릇 다 먹으니 생과일을 알차게 먹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수연(31) 사장도 "재료값이 비싸더라도 빙수 한 그릇에 담기는 재료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급 팥빙수

4월 25일, 서울 홍대 근처에서 유명한 팥빙수 가게가 대구 동성로에도 문을 열었다. 얼음, 우유, 팥, 인절미 떡 2개. 전통 가마솥팥빙수에 들어가는 재료 종류만 본다면 일반 팥빙수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팥빙수치고 가격이 비싼(1그릇에 8천원)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마솥을 이용한 전통방식으로 팥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정성이 담긴 팥빙수 한 그릇에 손님들은 열광한다. 김민지(23) 씨는 이날 1인 1빙을 했다. 혼자 한 그릇을 다 비운 것. 김 씨는 "통조림 팥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맛이 없지도 않다. 팥 본래의 맛이 이런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옛날 빙수가 좋아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단돈 3천원에 옛날 빙수를 맛볼 수 있다. 흔히 맛볼 수 있는 옛날 빙수가 아니다. 30년 된 부산 명물 팥빙수의 맛을 그대로 살린 빙수다. 카페 사장 이헌주(52) 씨는 어릴 때 먹어 본 할매빙수 기억을 되살려 그 가격 그대로 팥빙수를 만들어 팔고 있다. 작년에는 2천500원이었지만 올해는 500원을 올렸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지만 재료와 맛은 어느 팥빙수 집에도 뒤지지 않는다. 직접 쑨 팥을 사용하고 빙수 위에 복숭아 잼, 우유 등을 넣은 게 특징이다. 약간 달면서도 담백해 갈증을 없애주는 시원함이 일품이다. 직접 만든 팥과 잼을 사용해 재료의 풍부한 맛도 더했다. 이 사장은 "요즘은 '옛날빙수'라고 이름을 걸어도 값은 '옛날'이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이 옛날 빙수를 그리워하는 데에는 옛날 가격도 한몫을 한다고 생각해요. 변하지 않는 옛 맛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변하지 않는 가격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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