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까지 '가덕도 대책' 고민하다 시작된 하루
6'4 지방선거를 1주일여 앞두고 본지 기자가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와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를 하루 종일 밀착 동행 취재했다.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고 표정, 심정 등을 통해 인물 됨됨이와 선거운동 방식 등을 꼼꼼히 챙겼다. 29일 권영진 후보, 30일 김부겸 후보를 차례로 싣는다.(편집자 주)
28일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는 하루 종일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이날 오전 9시 새누리당이 남부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하나인 부산 가덕도에서 중앙당 현장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연다는 소식을 전날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당의 독단적 행보'는 대구시장 선거전을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게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발 빠르고 뚜렷한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전날 밤잠을 설치다 결국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고 했다.
'새누리당 중앙당선대위의 가덕도 도발'로 지역 여론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가뜩이나 경쟁자인 김부겸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이날 오후 7시 30분쯤 김 후보와의 양자 토론도 잡혀 있었다. 새누리당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대한 항변이 필요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김 후보와 '박근혜 마케팅'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일까. 권 후보는 이날 오전 갑작스레 오후에 잡혀 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기자에게 통보했다. 토론회를 대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오후 5시 30분쯤 예정된 김상훈 새누리당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하는 '남부권 신공항'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대한 의견 조율도 시급했다.
다급했다. 완벽한 토론회 준비를 위해서는 오전에 계획됐던 모든 일정을 제시간에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토론회 때 준비된 답변지는 가져가지 않아요. 그 전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주제에 대해 충분히 소화를 해서 토론장으로 갑니다."
그래도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대구 동구 신천동 동대구네거리. 빨간 조끼를 입은 권 후보가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려진 창문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는 운전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기호 1번 권영진입니다. 반갑습니다."
권 후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교통 신호 주기에 따라 발걸음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허리를 숙여가며 오가는 차량을 향해 인사하다가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면 금세 횡단보도로 뛰어들었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선거유세 강행군에 지칠 법도 한데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았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홀쭉해진 몸, 갈라진 목소리만이 그의 피로감을 짐작게 했다.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몸무게가 5㎏이나 줄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렇다고 피할 순 없죠. 정면 돌파할 겁니다."
안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지만 스킨십은 강했다. 무표정한 시민에게도 일일이 눈을 맞추며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시민들은 누군지 몰라 주춤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권 후보는 망설임이 없었다. 잽싸게 손을 내밀어 자신을 소개했다. 거침없는 모습에 시민들도 머쓱한지 그가 내민 손을 이내 붙잡았다. 한 캠프 관계자는 권 후보의 이러한 선거운동 방식을 '서울형'이라고 불렀다.
"대구는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보통 여유롭게 선거운동을 하는데, 우리 후보는 여야 접전지역인 서울에서 뛰어 본 경험 때문인지 굉장히 열정적입니다."
권 후보가 보인 뜨거운 열정만큼 이면에는 그만큼의 절박함이 배어 있는 듯했다.
그는 "손만 잡아보면 안다. 응원해주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요즘 대구 30대는 서울 30대처럼 완전히 반(反) 여당 세력"이라며 "한 번씩 '평소에 잘하지 그랬느냐'며 훈수를 하고 가는 시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선거운동 중 새누리당 중앙당선거대책위원과 부산시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남부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하나인 부산 가덕도에서 현장선거대책위원회 천막회의를 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전날부터 이를 막으려고 애썼던 권 후보로서는 예상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선거 막바지에 새누리당에 쏟아질 민심의 분노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유세 중간 중간 시민들과 접촉하지 않는 사이에는 침통함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선거운동을 했지만 마음은 내내 콩밭에 가 있는 듯했다.
오전 9시쯤 아침 인사를 끝내고 서둘러 유세차량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캠프 근처의 단골 국밥 식당. 그는 "오늘은 아마 아침이 최고의 만찬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후다닥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음 일정인 대현프리몰 상인대학으로 향했다. 지역 상인들과의 간담회가 잡혀 있었다.
상인회 등 대구 지역 단체와의 만남은 권 후보에게 늘 있는 일정 중 하나다. 많게는 하루에 6, 7차례 지역 단체와의 간담회를 연다고 했다.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캠프 사무실에서 만남이 이뤄진다. 사무실 한가운데는 이러한 간담회를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해뒀다. 이날 오전에도 사무실에서만 대구학원총연합회 임원진, 농업경영인 대구시연합회, 새마을지도자 대구시협의회 등과 모두 3차례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요청이 들어올 때면 그는 '빈손'으로 오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정책제안서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새로운 대구는 시장 혼자서 만들 수 없습니다. 시민과 같이 만들어가는 거죠. 저는 '시민 속의 시장'이 될 겁니다."
오전 11시쯤 대구 학원총연합회 임원진 50여 명이 가장 먼저 사무실을 찾았다. 간담회는 당초 예정됐던 일정보다 30분이나 초과됐다. 마음이 급하다. 이후부터는 일정을 5~10분 단위로 쪼개가며 소화했다. 틈틈이 그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지지자들도 만났다.
낮 12시 30분, 숨 가쁘게 돌아가던 오전 일정이 모두 끝났다. 이때부터 그는 토론회 준비를 위한 '나 홀로' 칩거에 들어갔다. 끼니는 컵라면으로 때웠다. 사무실 문을 닫고 혼자 남은 권 후보의 모습에서 선거운동 동안 했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대구가 절박합니다. 나도 절박하게 뛰어다닐 겁니다. 이제까지 봤던 여당 후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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