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골스러움 한번 걸어볼까요

입력 2014-05-28 07:05:30

가오슝서 출발, 남부지역 두 코스

①가오슝~컨딩 '가족과 함께 휴식'

②가오슝~타이난 '옛 정취를 찾아'

슬슬 휴가를 준비할 시기다. 일본은 원전 때문에 불안하고, 중국은 어르신 코스 같고, 필리핀 휴양지의 물놀이가 지겹다면 대만 남부가 매력적일 수 있다. 타이베이가 대만 북부에 있다 보니 아직 대만 남부지역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가 본 사람들은 "북부만큼 매력적"이라고 한다. 남부여행은 가오슝에서 출발한다. 부산~가오슝 직항편이 있기 때문이다. 편안한 휴식을 원하는 가족여행이라면 가오슝~컨딩 코스를, 옛 거리나 문화를 느끼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가오슝~타이난 코스를 추천한다.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유리한 여행지

대만 남부지역은 사실 대구경북민들에게 유리한 여행 장소다. 김해공항에서 가오슝으로 직항하는 에어부산은 저가항공이고 시간대도 좋다. 부산~가오슝 노선은 매주 수, 목, 토, 일요일 4번 운행되고,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한다. 알차게 첫날을 보낼 수 있는 시간대다. 가오슝까지 가는 에어부산의 항공권 가격은 대략 40여만원. 이쯤이면 서울사람들이 크게 마음먹어야 가는 대만 남부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대만 남부지역의 또 다른 매력은 친절함이다. 필리핀에 갔다 온 사람들은 "현지인들의 친절함 때문에 계속해서 찾게 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대만 역시 친절함에서 필리핀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남부지역은 타이베이가 있는 북부에 비해 관광객이 많지 않아 더 시골스러운 풍경과 정서가 강하게 남아 있다. 문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그래도 길을 물으면 가던 길을 제쳐놓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사람들이 있다.

◆대만 남부의 관문 가오슝과 컨딩

가오슝은 '대만의 부산'으로 통하는 곳이다. 도심 한가운데 85층 건물을 비롯한 많은 빌딩 사이로 '아이허'(愛河)강이 흐른다. 저녁이 되면 아이허강 강변은 연인의 데이트코스가 된다.

가오슝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광사'가 있다. 티베트 고승이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피해 이곳에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맡기면서 대규모 '불타 기념관'을 지었다. 가오슝 도심에서 1시간 40여 분 거리지만 가볼 만하다. 이곳에는 2011년에 완공된 세계 최대 크기의 불상이 있다. '불심의 생활화'를 위해 누구나 부처님 가까이 올 수 있도록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영화관, 전시관이 있는 8개의 큰 탑도 구경거리다. 살생을 하지 않으려고 동물의 가죽이 아닌 식물을 이용한 북도 있다.

가오슝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리우허 야시장도 가보기 바란다. 각종 먹거리들이 많은 데다 호텔이 밀집된 곳에 있어 초보 관광객이 방문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바닷가재구이가 150TWD(대만 달러), 각종 꼬치가 30TWD 선, 아이스크림 50TWD 선. 그리고 뭔지 모를 신기한 음식이 가득하다.

컨딩은 가오슝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해변도시다. 컨딩에 왔다면 '국립해양생물박물관'은 꼭 들러봐야 한다. '컨딩 아쿠아리움'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양박물관으로 입장료는 450TWD(한화 약 1만8천원)이고 115㎝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박물관은 아쿠아리움, 산호'민물고기관, 해양역사관 등 3개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2전시관인 아쿠아리움만 보고 나와도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 못지않다. 아쿠아리움 유리터널 길이만 84m인 데다 입장료도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입장료 2만2천원보다 싸다.

◆역사와 식도락의 도시 타이난

타이난은 대만의 옛 고도라 흔히 '대만의 경주'라고 부른다. 또 맛있는 음식이 많아 '대만의 전라도'라 부르는 이도 있다. 게다가 타이난은 반중 감정이 있는 도시라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없다. 호젓하게 대만 역사를 관광하기 적격인 셈이다. 타이난의 유명한 유적지는 '안핑(安平) 지구'다. 17세기 중엽 네덜란드 사람들이 향료를 보관하기 위해 지었던 안핑구바오, 120년 된 반얀트리 나무가 건물에 뿌리를 내려 앙코르와트 분위기가 나는 전시관, 대만 역사를 밀랍인형으로 쉽게 설명해둔 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찹쌀, 설탕, 굴 껍데기를 섞어 만들었다는 370년 된 안핑 지구의 옛 벽돌도 구경할 수 있다.

1653년 네덜란드인들이 행정센터로 쓰려고 지었던 '츠칸러우'도 인근에 있다. 들어가면 두 개의 건물이 보이는데 왼편은 학문의 신을 모신 곳으로 수험생들이 기도하러 많이 오고, 오른편은 대만의 영웅인 '정성공'을 모셔 놓았다. 1684년 바다의 여신을 섬기려 지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사당 '따톈허궁'은 규모가 커서 시간이 좀 걸리지만 끝까지 둘러보는 것이 좋다.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비는 사당이 마지막에 있기 때문이다.

단짜이멘 국수로 유명하며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 '도소월' 본점도 이곳에 있다. 단짜이멘은 컵라면 정도의 양이라 볶음밥이나 새우튀김, 굴튀김 등을 곁들인다. 진한 고기 국물에 국수와 고기를 넣어주는 우육면도 추천할 만한 메뉴다. 우육면은 양이 제법 많아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보통 대만여행객들이 디저트로 망고빙수만 많이 찾는데 동과차도 추천한다. 동과라는 과실을 매실처럼 흑설탕에 재웠다가 차로 끓여주는데 맛이 아주 좋다. 누룽지보다 구수하고 매실차보다 달콤하다. 따톈허궁에 가면 입구 바로 앞에 동과차 가게가 있다. 한 잔에 150TWD(6천원).

대만 타이난에서 글 사진 송인 기자 inirand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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