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자신들의 정치적 근거지라고 자부하는 부산과 광주에선 동시에 코너에 몰리고 있다. 부산과 광주는 각각 오거돈과 강운태 무소속 바람이 선거 막판까지 불어닥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전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의 우세 속에 새누리당 후보들이 대반전을 기대하며 맹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 지역의 선거결과는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野 단일후보 오거돈 강세, 새누리 막판 총력전…부산시장
초접전 박빙이다.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가 사실상의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피를 말리는 초접전을 이어가면서 부산이 6'4 지방선거 최대 관심지역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지역 정가에서는 "지난 1995년 민선 1기 시장 선거 이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신한국당 포함) 이 전승을 거뒀던 부산에서 무소속 오거돈 돌풍을 맞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서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의 접전으로, 야권 단일화 이후 누가 앞서는지 모를 정도로 오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4, 25일 부산시민 1천24명을 대상으로 한 유'무선전화 면접조사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오 후보의 지지율은 38.3%로 서 후보(36.5%)와 초박빙을 보였다.
YTN이 여론조사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같은 기간, 같은 방식으로 부산시민 75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6%포인트)에서도 오 후보의 지지율은 35.8%, 서 후보는 31.9%였다.
매일경제'MBN이 여론조사회사인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25일 부산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0%포인트)에서도 오 후보가 40.1%의 지지율을 얻었고, 서 후보는 32.7%로 나타났다.
이처럼 무소속 오 후보의 강세가 예사롭지 않자 새누리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은 새누리당의 정치적 텃밭인데도 오 후보의 돌풍이 이어지자 중앙당 차원의 총력전까지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그래도 이길 것이라는 낙관론과 이러다가 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28일부터는 중앙선대위 차원에서 지역 최대 현안인 '신공항 후보지' 가덕도에 천막 회의를 여는 등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좌장격인 김무성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동선대위원장 7명 전원과 홍준표 경남지사 후보,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까지 서 후보 지원을 위해 총출동할 예정이다.
부산지역 언론들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언론인은 "2002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초접전을 벌였지만, 정당 지지도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우세해 그래도 이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면서 "지금도 새누리당 지지율은 높지만 서 후보 지지율은 오 후보에게 밀리는 등 똑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부산지역 한 일간지 정치담당 기자는 "부산여론이 새누리당에 대해 여전히 우호적이지만 서 후보가 오 후보에 밀리는 것은 서 후보 개인적인 문제가 크지 않겠나"면서 "특히 사실상 야권 단일 후보인 오 후보를 야당 후보로 보지 않는 지역 민심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강운태·이용섭 단일화, 사상 첫 무소속 시장?…광주시장
3파전을 보이던 광주시장 선거는 26일 무소속 강운태'이용섭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함에 따라 강 후보 대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 간 2파전으로 좁혀졌다.
강'이 두 후보의 단일화는 윤 후보를 전략공천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일화 후보의 지지가 윤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광주시장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강운태'이용섭 단일 후보'는 윤 후보를 크게 앞섰다.
YTN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23, 24일 광주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72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이 후보 중 강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강 후보(47.5%)는 윤 후보(23.7%)를 23.8%포인트 앞섰다.
앞서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이달 12, 13일 광주 유권자 3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여론 조사한 결과도 강 후보로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되면 강 후보 32.2%, 윤 후보 24.4%로 강 후보가 7.8%포인트 앞섰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안철수 공동대표가 윤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17일에 이어 24일 등 두 차례 광주를 방문한 이후에 실시됐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결과로 비쳐진다. 윤 후보를 전략공천한 안 대표의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광주시장 선거에 안 대표 '신임투표'라는 상징성이 더해지면서 그의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윤 후보가 이기면 리더십 논란을 딛고 당내 구심력을 강화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책임론에 휘말려 당내 입지가 급속도로 위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차원의 조직을 총동원키로 했다.
민병두 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26일 "새로운 정치와 낡은 정치로 대결구도가 분명해졌고, 광주 시민의 동의를 구하고자 더 낮은 자세로 몸을 낮춰서 일할 것"이라고 했다.
박영선 원내대표와 박주선 의원도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윤 후보 지지를 호소했고, 박지원 의원 등도 조만간 광주를 방문해 윤 후보 지지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 후보 측은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시민들의 선택권이 박탈당했다"는 논리로 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5차례에 걸쳐 치러진 광주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사상 첫 무소속 광주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빅3 전패, 최악 성적 나올라" 새누리 노심초사…수도권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은 이번 6'4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 승부처로 여야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세월호 '사고가 민심을 자극하면서 전반적으로는 새누리당에 불리한 판세가 형성돼 있다.
서울에서는 세월호 참사 직전인 4월 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나 최근 실시된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15%포인트 정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으나, '박근혜 후광'을 전혀 받지 못하고 현역시장인 송영길 후보의 현역 프리미엄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에게 크게 앞섰으나, 최근에는 격차가 좁혀져서 뒤집힐 가능성도 없지 않아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수도권 3곳의 전반적인 판세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1곳에서 앞서고 인천에서는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민심의 추세는 새누리당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새누리당은 앞서고 있는 경기도에서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2일 당 지도부가 경기도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할 정도로 경기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수도권에서 '0대 3'으로 전패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
세월호 사건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 곳이 서울이다. 정몽준 후보가 김황식 전 총리와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됐지만,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정 후보 아들의 페이스북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세월호 여파가 가시지 않은 탓에 좀체 하락한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물론 뒷모습을 보인 박원순 후보의 선거포스터와 선거운동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박 후보 부인 문제 등이 정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는 한 서울 판세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격전지는 오히려 인천과 경기도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한국갤럽(중앙일보, 5.20) 여론조사에서 인천은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가 41.7%로 유정복 후보(35.1%)를 6.6%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승부를 속단할 수가 없다.
경기도는 세월호 이전에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에게 20%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세월호 이후 격차가 10%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김 후보가 내놓은 '보육교사의 공무원 전환' 문제가 경기도 선거구도의 핵으로 등장했다.
서명수 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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